고등학교 시절부터 전파, 통신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나는 이 분야를 배울 수 있는 전자공학과로
진학했다. 대학교 1학년 동안 고등학교 때 못해 본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갔다.
대학교 1학년이라 학교에서 듣는 수업은 모두 교양수업이었고 내가 활동하던 동아리도 전공과는 관련이
없는 동아리였다. 전공 외에 다양한 경험을 한다는 것은 좋았지만 전공분야를 좀 더 깊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평소에 했다.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군대에 가야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마침 기술행정병이라는 제도를
알게 되었다. 이 제도라면 21개월 동안 군 생활하면서 나만의 전공분야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 실전에서
어떻게 전공 지식이 사용되는지를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군대를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바로
입대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기술행정병 제도를 알아보면서 내 전공과 일치하는 분야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전파와 관련된 분야는 여러 가지 있었지만 나는 레이더 운용/정비에 관심이 많이 갔다. 전공과도 일치할
뿐 만 아니라 해안지역으로 배치된다고 해서 한 번도 해안가에 살아본 적이 없던 나에게는 그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2011년 1월에 기술행정병을 신청해서 합격을 했고 2011년 3월 21일에 입대를 하게 되었다. 자유로운
대학생활에 이제 막 적응한 것 같은데 또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한다니 아쉽기만 했다. 하지만 징집이 아닌
내가 원하는 분야를 선택해서 군대를 간다는 것에 위로를 받으며 입대를 했다.
짧지만 길게도 느껴졌던 육군훈련소를 거쳐 육군정보통신학교로 병과교육을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레이더 장비와 군에서 쓰는 통신기기에 대한 개념을 배웠다. 대학에서 이론상으로 배웠던 개념들을 다시
배우면서 실제로 장비에 어떻게 적용되고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알게 되니 상당히 신기하기도 하고 흥미도
생겼다. 아무런 정보없이 무턱대고 군대에 갔더라면 이러한 경험을 해보지 못했을 텐데 통신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좋았고 특기병으로 잘 왔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교육을 마친 뒤 레이더병
동기들은 수료증과 함께 ‘레이더공학실습’이라는 과목을 2학점 이수했다는 학점은행제 증명서를 받고
레이더 운용/정비 과정을 수료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배운 것을 사회에서도 인정해준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5주간 정들었던 통신학교 동기들과 헤어지고 나는 경북 동해안 지역으로 자대배치를 받게 되었다.
레이더 기지로 간다고 생각했지만 기지의 상급부대인 대대의 지휘통제실에서 레이더 장비를 운용하는
RSC라는 보직을 맡게 되면서 해안경계대대에서 군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대대에 있게 되면
기지에서 보다 기술적인 실무보다 사무적인 행정업무를 하게 될 것 같아서 걱정을 했다. 실제로 행정적인
업무를 많이 하는 편이었다. 기본적으로 서류처리와 전화응대를 하고 상황에 따라서 특이한 선박이
포착되면 상황조치를 하는 것이 나의 주된 업무였다.
하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일을 하고 또 배우기도 했다. 장비가 잘 운용될 수 있도록 통신 장비를
평소에 잘 확인하고 장비가 고장 났을 경우에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알아야했다. 또한 선박을 추적하기
위해 전파 신호를 이용하는데 주변 장애물이나 해상의 기상상황에 따라 선박 추적이 어렵거나 배가 없는
위치에 선박이 포착되는 허상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모두 전파의 원리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인데 이러한 현상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만 실제 작전 상황이나 훈련 시에 작전 통제에
참여하는 간부나 병사들이 정확한 판단으로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보통
대대급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병사들은 레이더의 기술적인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지와 대대간의
소통이 힘든 경우가 많다. 레이더의 원리를 공부하고 잘 설명하는 것 또한 나의 임무이기도 했다.
통신학교 때부터 업무를 위해 레이더 공부를 계속 했다. 덕분에 간부나 선임들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다른
사람들보다 업무를 조금 더 많이 하긴 했지만 일을 배우기에 바쁜 이등병 시절도 조용하게 잘 보냈던 것
같다. 이등병 이후로는 대대에서 일할 뿐만 아니라 레이더 기지와 같은 대대 예하 각 격오지를 돌며
일하기도 하고 인접부대도 가서 일하며 바쁘지만 나의 전공분야와 관련이 있는 지식들을 배우며 의미
있는 활동들을 많이 했다.
한번은 상급부대에서 갑자기 대대로 검열이 온 적이 있는데 정말 갑자기 온 검열이라 부대는 당황스러운
상태였다. 나는 야간근무를 오래선 탓에 당일 오전까지 잠을 자는 근무취침을 하고 있었는데 잠에서 막
깨어나니 후임이 갑자기 브리핑을 해야 한다면서 찾아왔다. 그래서 지휘통제실로 가보니 상급부대에서
오신 준장계급의 간부님이 오신 것이었다. 당시 평소에 보지 못했던 높은 분이 오셨기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지만 차근차근 레이더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평소에 준비를 해놓은 탓에 실수 없이 검열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이후 야간 근무를 서면서 대대장님 앞에서 비슷한 브리핑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튿날
포인트카드(상점)를 받았고 이렇게 모은 포인트카드로 나중에 포상휴가도 나갈 수 있어서 상당히 좋았다.
이렇게 업무에 자신감이 붙은 나는 사단에서 레이더병들을 대상으로 업무에 대한 시험을 치루는 레이더
인증제 평가에서도 1등을 해서 사단장님 표창도 받았다.
이런 저런 활동을 하다 보니 2012년 12월 20일, 내가 전역하는 날이 다가오게 되었고 무사히 건강한
몸으로 전역하게 되었다. 그 뒤 복학하고 2학년 1학기를 마친 지금 한 학기 동안 공부한 나는 군대 때문에
잠시 쉬었던 학업에 다시 적응하느라 많이 힘들긴 했지만 전파분야의 과목만큼은 다른 과목에 비해
공부하기도 수월했고 집중도 잘 되었다. 진로에 대한 결정에 확신이 든 나는 현재 전파분야로 진출하기로
결정한 상태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진로 결정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바로 군대였던 것 같다. 군복무가 21개월 동안
나라를 위해 일한 것뿐만 아니라 나를 위해 일한 것이 되었다는 점이 내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가끔씩 군대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면 그 때가 그립기도 하다. 같이 전역한 동기들과 가끔씩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밤새 시간 가는줄 모르고 군대이야기를 하곤 한다. 당시 군복무를 하면서 했던 행동들이
모두 부질없고 하찮은 기억이라면 다 잊고 살겠지만 일하면서 힘들 때 같이 힘들고 행복할 때 같이 웃고
지냈기 때문에 잊지 못하고 계속 추억을 되새기는 것 같다. 지원입영 제도를 통해서 입대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만큼 의미 있는 군 생활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곧 입대하는 여러분들도 본인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야가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기술행정병에
지원해 보기 바란다. 군인으로서 나라를 지킨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지만 나라를 지키면서도
자신의 진로를 위해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아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뜻 깊은 군 생활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꿈을 위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실천한다면 반드시 성공하리라 믿는다.
지원입영이 여러분의 성공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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