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입대를 앞둔 대부분의 사람들은 21개월 동안 부모님, 친구, 애인과 떨어져 있어야 하고, 고된
훈련을 수행하여야 하며, 낯선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내무생활에 대한 공포 등이 군 입대를 앞두고 막연한 두려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나 역시 군 입대 전 같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제로
경험 해본 결과 이런 두려움은 무지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힘든 부분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겠지만, 군 생활도 할 만하다는 것이다.
군을 입대하기 전, 나는 매우 뚱뚱했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났었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내 옆자리는
너무 비좁아서 항상 비어있었다. 비만은 활동량의 감소를 가져오고, 이는 다시 비만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그 무렵 나는 비만으로 인해 자신감을 잃고 집으로, 방으로, 어둠으로 점점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조그마한 일에도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며 사회성 또한 상실해갔다. 변화가 필요한 나에게 군대는 나를
변화시키기에 최적의 장소로 보였다. 그래서 신체등급 4급으로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은 나는 ‘군 입대를
위한 체중 감량’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먼저 병무청을 통해 3급 판정 커트라인이
얼마인지 알아보았다. 내 기준은 BMI(체질량지수) 35이하, 즉 117kg이었던 내 몸무게를 101kg으로
감량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날부터 식단 조절과 운동을 통하여 체중감량 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해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체중감량을
시작하였을 때 나는 우선 극단적인 식단 조절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살이 잘 빠져서 성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하루아침에 먹는 양이 줄다보니 몸이 적응을 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식사는 하되, 운동에
중점을 둔 다이어트 방법으로 바꿔보았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수업이 없는 공강 시간까지 활용하며 틈이
나는 대로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했다. 하루 줄넘기를 수천 번, 하루 종일 이어지는 복싱 연습 등을 통하여
체중감량 목표치에 도달하는데 6주의 시간이 걸렸다. 드디어 목표치인 101kg을 달성한 순간,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재 신체검사를 받게 되었다. 이런 절박함이 기쁨으로 변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신체검사복을 입고 체중계 위로 올라갔다. 체중계의 수치가 변하고, 체중계는
정확하게 101kg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안내화면에 ‘양정인 님은 신체등급 3급 현역입영 대상자입니다.’
라는 문구가 떠 있던, 그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기쁨에 겨워 미소를 감출 수 없었고, 밖에서 기다리고 계시던 부모님께서도 한걸음에 뛰어오셔서
축하해 주셨다. 부모님의 인생철학과 교육철학이 ‘어디에서든 항상 떳떳하고 당당하며 진실 된 사람이 되라는
것’ 이었던 만큼, 내가 현역으로 군복무를 하겠다는 결심을 가장 가까이서 응원해주셨던 부모님들이시기에
더욱 감격스러웠다.
마지막으로 나는 어떤 것이라도 해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현역복무 판정을
받은 나는 2013년 4월 23일 306 보충대로 입소를 하게 되었고, 65사단 포병연대로 자대배치를 받았다.
군 입대 자체에 만족하지 않고 건강한 신체를 만들기 위해 체중을 더 줄이는 목표를 정해서 현재 82kg까지
감량한 상태이다. 그리고 건강은 과거 어둠속으로 나를 가둬두었던 내성적인 모습에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나를 변화시켰다. 군대에서 분대장은 다수의 병력을 통솔하기 때문에 리더십과 책임감을 요하는
직책이다. 과거의 나였다면 그저 한 분대에서 한 명의 분대원에 그쳤겠지만, 현재 나는 13명의 분대원을
이끄는 분대장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체중감량이란 목표를 달성했다는 자신감은 내게 자격증
취득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달성하게 해주었다. 군복무동안 평소 관심 있던 조리사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했으며, 현재 1차 필기시험에 합격한 상태이다. 이처럼 현역복무라는 작은 선택으로 시작된 체중감량은 내
인생에 나비효과로 작용하여, 내 인생자체를 변화시킨 계기가 되었다. 과거 과체중(117kg)으로 4급 판정을
받아 공익근무요원 대상자 판정을 받았던 내가 현재 82kg까지 감량을 하고 인생을 바꾼 군 생활을 하는
데에는 여러 성공요인들이 있었다.
첫번째 요인은 내가 자원입영을 하는데, ‘확실한 계기’가 존재하였다는 것이다. 과거 나에게는 파일럿이 되어
우리나라의 영공을 방위하겠다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급격한 시력저하와 과체중으로 인해 공군사관학교
입학을 위한 나의 날개가 꺾이게 되었다. 꿈이 이루어질 수 없게 되자 방황과 좌절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목표가 있다면, 또 바른 길로 들어섰다는 확신만 있다면 그 길을 어떻게 가든
중요하지 않다. 즉, 내가 파일럿이 되지 않더라도 나라를 지키고자하는 마음만 같다면 같은 길을 걸어가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느냐이다. 그리하여 나는 파일럿이 되어
우리나라의 영공을 지키는 대신, 어느 군에서라도 우리나라를 지키는 역할을 맡겠다고 다짐한 순간 방황과
좌절에서 해방되었다.
두 번째로 나는 인생의 갈림길에서‘선택’을 했고, 그 선택을 끝까지 고수했다. 프랑스의 유명한 철학자
폴 샤르트르는 ‘인생은 B와 D사이의 C다’라는 말을 남겼다. 즉 인생은 태어나서(Birth) 죽음(Death)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선택(Choice)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선택은 우리에게서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순간순간 일어나고 있다. 식사시간에 메뉴를 고르는 것부터 장래 직업을 결정하는 것까지 우리 일상
속에 항상 존재하지만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만큼 한 번의 선택은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위험을
수반하기에 굉장히 중요하고, 한 번 내린 선택은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후회해봤자 소용이
없다. 그래서 선택은 늘 신중해야하고 확신에 차 있어야한다. 나는 군 입대하기 전 공익근무와 현역복무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고, 과거부터 파일럿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는 꿈과 확신이 있었기에 후회 없이
현역복무를 선택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요인은 내가 내린 결정을 이룰 수 있는‘확실한 목표의 존재여부’이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위기를 맞이하게 되지만,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확실한 목표설정은 이런 위기의 순간에 그 위기를 뛰어넘을 수 있는 추진력을 실어준다. 또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포기 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를 제공해준다. 나도 체중감량을
수십 번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하였다. 그러나 현역복무란 목표를 세우고 시작한 다이어트와 그 전의 실패한
다이어트들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확실한 목표 설정 여부의 차이였다. 나에게 대한민국 국민의 병역의무를
이행하여 이 나라를 지키겠다는 신념과 목표는 체중 감량을 하며 생기게 되는 위기의 순간에 포기하지 않고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애국심’이다. 대한민국의 남아로 태어나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은 최고의 영광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며, 전쟁에 대비해야하는 전시국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런 국민의 의무는
등한시하면서 국민으로서의 권리만을 주장한다면 그것은 국가에 대한 국민의 도리에 맞지 않는다. 그리고
과거 일제강점기 시대부터 6·25전쟁,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에 위기가 있을 때마다 우리 조상들은
우리나라를 위해 항상 희생해 왔다. 그 이면에는 항상 우리 국민들의 애국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국민인 나 또한 자원입영을 통해 우리나라 국방에 이바지하는 것이 국민의 도리에 합당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군대는 이미 변화되었고, 지금도 변화하고 있으며, 미래에도 변화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랐으며 그에 발맞추어 군대 또한 선진화 되고 있다. 군대의 부조리는 근절 되어가며,
병사들의 복지와 자기계발을 지원해 주는 등 많은 부분들이 발전해 가고 있다. 이것이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는
군의 모습이다. 내 인생의 모든 것을 변화시킨 시 한 구절을 소개할까한다. ‘로버트 프로스트’의「가지 않은
길」中에서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노 라고, 그래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나는 공익근무와 현역복무라는 두 갈래의 길에서 고민을 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익근무를 선택하는
현실 속에서 나는 고민 끝에 현역복무라는, 사람들이 적게 가는 길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 걸어간
나는 체중감량 성공과 그로 인한 자신감, 심지어 분대장을 맡을 수 있는 성격까지 얻게 되었다. 그 갈래
길에서의 선택은 내 모든 것을 바꾼 선택이 되었다. 더 나아가 내 미래를 바꿀 선택이 될 것이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는 신성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 있는 일이다. 좁게는
가족과 애인, 친구의 안보를 보장하며, 넓게는 국가의 평화, 경제발전, 더 나아가 세계 평화에까지 이바지한다.
대한민국의 발전 이면에는 과거에서부터 선배 국군들의 역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는 우리의 차례이다.
한 번의 올바른 선택이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다. 나는 군 생활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을 여러분들이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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