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황제의 생신 연회에 초대받다![특집Ⅰ3월의 문화가 있는 날]④ 덕수궁 음악회 ‘음악으로 역사를 읽다’어스름이 내리던 3월 25일 수요일 저녁. 덕수궁 석조전에는 100년 만에 음악이 울려퍼졌다.
이번 음악회는 1910년대 석조전에서 열린 고종황제의 생신 연회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피아니스트 김영환이 황제 앞에서 피아노 연주를 했다는 기록을 바탕으로 기획됐다. 3월 ‘문화가 있는 날’을 시작으로 8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마다 열릴 예정이다.
음악회가 열리는 석조전 1층 중앙홀에 들어서자 100여 년 전 고종황제의 생신 연회를 찾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10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관람객들의 표정에도 설렘이 가득했다. 중앙홀을 가득 채운 120명의 관람객들은 고종황제의 생신 연회에 초대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피아니스트 송세진 씨도 “중앙홀이 아늑하다보니 관람객들의 반응이 피부로 느껴진다.”며 이번 음악회만의 신선함을 전했다. 석조전은 대한제국 시대 대표적인 근대 건축물로 손꼽히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미술관으로 사용되는 등 훼손이 심했다. 2009년 복원이 진행된 뒤 지난해 10월 대한제국역사관으로 5년 만에 다시 공개된 석조전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특히 1층 중앙홀은 건립 당시 설계도면과 옛 사진 등의 고증을 통해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재현됐다.
대한제국역사관 개관식에서 연주를 선보였던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과 피아니스트 송세진 자매가 이번 음악회에도 연주를 맡았다. 라흐마니노프의 프렐류드 피아노 선율이 석조전에 울려 펴지면서 연주회의 시작을 알렸다. 피아노 연주가 끝난 뒤, 전통음악들을 클래식으로 편곡한 연주가 바이올린과의 협주로 이어졌다. 피아니스트 송세진 씨가 직접 편곡한 클래식 선율은 익숙하면서도 신선했다. 고종황제가 즐겨 들었다는 ‘몽금포 타령’과 동요 ‘따오기’, 이어서 연주된 ‘고향의 봄’에서 ‘비목’ 그리고 ‘우리의 소원’은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고스란히 전해주며, 관람객들을 역사 속으로 이끌었다.
“이렇게 의미있는 자리에서 연주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연주하는 곡들에 대해 한 곡씩 설명해주는 송원진, 송세진 자매의 진행도 시종일관 유쾌했다. 특히 편곡한 곡에 ‘숨겨진 비밀이 있다’며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매우 익숙한 곡이 숨어 있을 것”이라는 자매의 의미심장한 소개에 관람객들은 귀를 기울였고, ‘몽금포 타령’과 ‘따오기’ 속에 숨어있던 곡은 익숙하게 녹아든 ‘애국가’였다. 연주에서 헤어나기 싫어 앙코르를 요청하는 관람객들에게 “마지막 곡의 여운이 사라져서는 안된다.”며 다음 달에 열릴 음악회에서 볼 것을 약속한 자매는 긴 여운을 남기며 자리를 떴다.
가족과 함께 음악회를 찾은 원호정(용인·50) 씨는 “연주자 분들의 설명 덕분에 공연을 더욱 즐길 수 있었다. 다음 달에도 기회가 되면 음악회에 다시 오고 싶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친구와 함께 달려왔다는 대학생 김지영(서울·21) 씨도 “연주 속에 푹 빠져있었다.”며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 김 씨는 “100년 전의 행사를 그 장소에서 그대로 기념하는 음악회라서 의미가 깊은 것 같다. 석조전의 분위기 덕분에 연주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며 “벌써부터 다음 달 행사가 기다려진다.”고 한껏 기대감을 드러냈다. ‘음악으로 역사를 읽다’는 매월 다른 주제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으며, 연주는 송원진과 송세진 자매가 계속한다. ‘한국의 역사’라는 주제를 가진 3월 공연의 뒤를 이어 ‘지구의 사계’, ‘행진곡을 사랑한 고종황제’, ‘고종황제가 사랑한 가비의 나라 러시아’ 등이 차례로 진행된다. 특히 마지막 8월에는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광복절 노래’를 비롯해 ‘봉선화’, ‘오빠생각’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총 6회에 걸쳐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열리는 ‘음악으로 역사를 읽다’는 덕수궁 홈페이지(www.deoksugung.go.kr)에서 공연 일주일 전부터 예약할 수 있다. 석조전의 수용 규모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선착순으로 120명을 접수한다. 음악회 당일 행사 시작 30분 전까지 예약접수증을 출력해 오면 입장할 수 있으며, 예약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참석하지 않은 예약자의 자리에 대해 대기표를 배표하므로 조금 일찍 덕수궁으로 향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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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사랑을 전달하는 천사들의 집~!
글쓴이 : 호박조우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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