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정책기자

[스크랩] 초등학생 동생이 받아온 ‘안전교육통신문’

조우옥 2015. 4. 14. 13:16

초등학생 동생이 받아온 ‘안전교육통신문’

[세월호 1주기│안전과 치유 ④] 강화된 유·초등생 안전교육

#1. “누나, 머리가 길면 머리 묶어야 해. 물놀이 하다가 머리카락이 목에 감길 수 있어!” 지난 여름 초등학생인 동생이 필자에게 한 말이다. 가족끼리 여름휴가 차 계곡에 가서 물놀이 준비하던 중 동생에게 이런 말을 듣고서 잠시 멍해졌다. 맞아! 어떻게 알았어? 누나가 깜빡하고 있었네!”라는 필자의 대답에 동생은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르쳐주셨어.”라고 말했다.

#2. 가족과 함께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 중 장바구니를 든 채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쇼핑카트용 에스컬레이터였기에 속도가 느리고, 경사도 완만했다. 앞에 사람이 없어서 터벅터벅 걸어내려가는데 뒤따라오던 동생이 우리를 향해 소리쳤다. “엄마! 누나! 에스컬레이터는 빨리 가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야! 걸어다니면 위험하단 말이야!”. “천천히 안전손잡이를 잡고 내려오는 건 괜찮아.”라고 말해줬지만 동생은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잡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울먹이는 눈으로 우리를 쳐다봤다. 가족들 사이에는 멋쩍은 웃음만이 흘렀다.

최근 초등학교에서 이뤄지는 안전 교육의 질이 높아지면서 초등학생들의 안전 의식도 몰라보게 높아졌다. 무수한 어린 생명이 목숨을 잃은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 교육이 강화된 결과이다. 위의 상황처럼 안전 관련 교육을 받은 학생 한 명이 가족이나 친구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어린 시절 안전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유치원생들이 소방서에서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이루는 안전습관은 평생의 습관과 연계될 수 있기에 중요하다.
유치원생들이 소방서에서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이뤄지는 안전교육은 평생 습관으로 연계될 수 있기에 중요하다.

실제로 경기도는 도내 모든 유치원, 초중고교에서 매일 5분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부천시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전원 수영, 수상안전과 관련한 교육을 의무로 시행하고 있다. 이 밖에 교통안전공단과 서울시교육청 등에서도 안전 교육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는 모습이다.

뉴스에서 보도되는 빈번한 안전부주의사고로 걱정이 많던 차에 들려온 이런 소식들에 그나마 안심이 된다. 그런 가운데 최근 초등학생 동생이 받아온 안전가정통신문이 눈에 띄었다. 일반 가정통신문과는 달리 안전에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는 이 가정통신문에는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지켜야 할 안전수칙들이 자세하게 안내돼 있었다.

 

여름방학을 대비하여 물놀이 안전수칙을 학생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가정통신문이다. 출처. 옥련초등학교 가정통신문
여름방학 물놀이 안전수칙에 대해 안내한 가정통신문 (출처=인천옥련초등학교 가정통신문)

 

물놀이 안전수칙에 대해 설명해놓은 옥련초등학교의 안전가정통신문에는 ‘물놀이 중 머리카락이 목에 감길 수 있습니다.’, ‘물놀이 중에는 껌이나 사탕을 먹지 않습니다.’처럼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안전 수칙들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게끔 하는 내용들이 빼곡히 안내돼 있었다. 지난 여름 물놀이를 하던 초등학생 동생이 왜 그토록 예민하게 반응했는지 그제서야 알게 됐다.

한편,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스마트폰 이용이 늘어남에 따라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안전 관리와 안내도 이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전신문고와 학교생활안전매뉴얼, 안전디딤돌 등 안전과 관련해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어플리케이션들이 소개돼 있었으며, 생활 속 안전위협 요소에 대한 신고방법까지 자세히 안내돼 있었다.

주위의 안전 유해물질을 발견하면 안전신문고를 통해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방법이 자세하게 설명된 가정통신문이다. 출처. 정각초등학교
주변에서 안전 위협요소를 발견하면 안전신문고를 통해 직접 신고할 수 있도록 안내한 안전가정통신문 (출처=인천정각초등학교)

 

필자의 동생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안전가정통신문을 받으면 선생님과 함께 읽어보고, 실제로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사용법을 간략히 익혀오기도 한다. 동생은 가정통신문에 기재돼 있는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안전을 소재로 친구들과 이야기나눠 보기도 하고,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짧은 시간이나마 생활 속 안전에 대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11살의 초등학생 자녀를 둔 박순녀(46세, 인천) 아이가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받으면서 선생님과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그저 받자마자 가방에 집어넣는 게 아니라, 함께 이야기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더해져서 아이가 기억을 잘 하는 것 같다. 안전과 관련된 부분은 요즘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학교에서 이렇게 신경써주니 무척이나 고맙다.”고 말했다.

안전연구시범학교로 지정된 울산 범서초등학교에서는 정기적인 안전캠페인과 교육을 진행한다.(출처=울산범서초등학교)
안전연구시범학교로 지정된 울산 범서초등학교에서는 정기적인 안전캠페인과 교육을 진행한다.(출처=울산범서초등학교)

더욱이 안전시범학교의 경우 안전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캠페인이 학생들과 지역사회에 좀 더 체계적으로 제공된다. 울산의 안전연구시범학교인 범서초등학교의 박진정 교사는 지난 3 새학기 어린이 교통안전 캠페인을 했고 이번 주에도 교통안전 프로그램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신입생들이 학교에 적응하는 학기 초에 교통안전 위주의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자는 초등학교 시절 가정통신문을 기계적으로 받아 바로 가방에 넣어두었던 기억이 난다. 일반적이고 형식적인 내용으로 이뤄진 통신문은 종이도 회색빛의 재활용지여서 더욱 매력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가정통신문은 다르다. 학생들과 교사가 안전학습 내용에 대해 함께 이야기나누고, 학생들은 안전생활을 실천하며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도 적극 알려주는 홍보대사 역할까지 한다. 어린 시절부터 이뤄지는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안전교육에서 안전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본다.

정책기자 오신애(대학생) confidence010@naver.com

출처 : 사랑을 전달하는 천사들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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