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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전쟁소설「임진강의 민들레」무대, 임진 강변 길, 일반에게 개방되다.

조우옥 2015. 4. 15. 16:09



임진강이 우리 곁에 가까이 왔습니다.

지난 3월 말, 경기 파주시 임진강 변 군부대 순찰로가 44년만에 일반에게 개방되었기 때문입니다.

임진강은 함경도에서 시작하여 강원, 경기도를 지나 황해로 빠지는 250여 Km의 강입니다. 한때 배도 다녔지만 분단 이후 남과 북의 경계를 이루며 멀리서 바라만 보는 강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임진강은 웬일인지 일찍부터 전쟁과 관련이 깊었습니다.

삼국시대에 세 나라 국경이었던  강 주변에서는 여러 차례 격전이 벌어졌습니다. 

임진왜란이 터지자 선조는 한밤중에 임진나루를 건너 의주로 향했고, 그때 율곡 선생이 즐겨 머물던 근처 화석정을 태워 피난길을 밝힙니다.

요 몇십 년 동안에도 명절이면 실향민들이 북쪽을 향해 절을 하는 임진각과 강변 군부대 철조망은 강에 새겨진 전쟁의 아픔이 진행형임을 보여주었습니다.

  

 

▲ 임진강변에 조성된 생태탐방로 모습과 지도


다행히  2년 전부터 임진각에서 임진나루까지 생태탐방로가 만들어져 일반인도 걷게 되었고, 이번에 임진나루에서 율곡 습지공원 간 구간도 열리면서 임진강은 평화의 흐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임진강 소식을 들으며 떠오른 소설이 있습니다.

여류작가 강신재가 1962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임진강의 민들레>입니다. 

이 작품이야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쓴 <젊은 느티나무>는 한 시대를 휩쓸었다지요?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로 시작되는 첫 문장과 그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스토리는 1960대 청춘을 사로잡은 신선함 그 자체였습니다. 

  


<임진강의 민들레>는 육이오 전쟁에 휘말리게 된 한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특히 큰 딸 이화와 애인인 지운, 두 청춘이 겪는 전쟁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서울 필동의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 사는 이화는 아름답고 멋 부리기 좋아하는 의대생입니다. 

봉사나 희생보다 '자기를 위해 산다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이화는  전쟁 무렵, 지운과 막 사랑을 꽃피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랑이란 게 한없는 달콤함과 함께 바닥 모를 불안을 안겨주지 않습니까? 하물며 전쟁이 터지는데 두 사람 사랑이 온전할 수는 없습니다. 

 

지운을 잃었다고 생각한 이화는 ' 인민군과 자신 사이에 연결지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여기면서도 상실감에 간호사를 자원합니다. 병원 지붕 위 적십자 마크를 생각하면서요.

인민군이 북으로 쫓겨가자  포로처럼  끼었던 이화는 마침내 무력감을 떨치고 탈출하는데

  

<출처 : 네이버 야생화도감>

 

소설 마지막에 이르면 왜 제목이 <임진강의 민들레>인지 밝혀집니다.


"산모퉁이를  돌아서니까 눈앞이 활짝 트이면서 한 편에 폭 넓은 강이 굽이치고 있었다.…소리 내 술렁이며 강물은 흐르고 있었다. 음악이며, 시, 그림 같은 - 인간이 그 생활 이외에. 혹은 그 생활 이상으로 사랑하는 것들이, 거기 모두 있었다."

 

전쟁에 상처입은 이화가 살아있는 기쁨을 느낀 건 바로 임진강을 마주대할 때였습니다.

 

이화 얘기를 썼지만, 소설에는 전쟁으로 변해가는 여러 사람이 등장합니다.

아니, 변화 정도가 아니라 언제라도 목숨이 끊길 수 있는 상황에 신음하는 지운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읽는 내내 인간을 '기계'로 만드는 이념과 전쟁의 폭력성에 가슴 아팠습니다.

 

 

오래전에 나온 소설이라 읽기 어렵지 않을까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요즘 읽어도 손색없다 싶게 문장이 간결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갑니다. 

오늘을 사는 대학생들, 특히 군화와 곰신들에게 전쟁에 휘말린 1950년대 대학생들 모습을 이 소설로 돌아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소설을 읽게 한 임진강 변 생태탐방로는 주말과 공휴일 등에 개방한다고 합니다.

5월 중순 파주시 평화누리길 걷기 행사도 이 길에서 열립니다. 

임진강변을 걸으며 이화가 환각 속에서 본 민들레를 떠올려도 좋을 것입니다.

'나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 모든 사람이, 모든 소년들이, 인간답게 사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던 이화의 소망이 민들레 홀씨처럼 퍼져나갔으면 합니다. 







<취재: 청춘예찬 어머니기자 옥연희>

출처 : 청춘예찬
글쓴이 : 굳건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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