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 시절, 나를 울고 웃게 한 편지들.
평생 쓰지 않던 편지를 쓰는 곳이 있다, 아니 써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군대, 그중 훈련소. 종교에 귀의하는 것만큼 단절된 삶을 살아야 하는 훈련소에서 편지라는 것은 바깥세상에 나의 생존 그리고 존재를 알릴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때문에 허구한 날 SNS(Social Network Service) 화면을 움직이던 손가락에는 펜이 쥐어진다.
이 편지라는 것은 그냥 받아도 기분이 좋은데, 몸과 마음이 고생할 때 그 위로를 겸하는 내용으로 받으면 더욱 좋다. 그래서 전 군의 훈련병들이 하루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바로 편지를 받는 시간이며, 그 한 통의 편지에 쌓였던 모든 피로를 잊는다. 때문에 편지를 많이 받는 훈련병들은 얼굴에 여유가 넘치며 그렇지 못한 훈련병들은 진지하게 인간관계를 다시 돌아보는 모습을 보인다.
▲ 임무를 수행 중인 훈련병들
훈련소에서 받는 편지의 유형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 친구가 써주는 편지, 두 번째 이성 친구가 써주는 편지, 세 번째애인이 써주는 편지, 네 번 째 부모님이 써주는 편지다.
첫 번째 친구가 써주는 편지는 편지가 아닌 평소 SNS상에서 주고받던 쪽지다. 'ㅋ‘이 난무하며 갖은 욕설과 조롱이 주 내용을 이룬다. 아직 입대하지 않은 친구의 편지라면 괜찮지만 이미 전역을 했거나 나보다 짬(군 경력)이 높은 친구의 편지라면 그래도 꼴에 편지라고 온 종잇조각이기에 찢지 않고 접고, 접고, 접고, 접고, 접고 또 접어서 보관해 둔다. 답장은 비슷한 내용과 구성으로 편지를 써준다. 다시 읽는 실수는 범하지 않는다.
▲ 친구로부터 받은 편지와 그에 대한 답장들
두 번째 이성 친구가 써주는 편지는 친구로부터 받았던 상처를 힐링 해주는 역할을 한다. ‘충성’이라는 경례 구호로 거의 시작되며 어쭙잖게 따라하는 군대 말투, 알록달록한 색 편지지 그리고 반듯반듯한 글씨체가 특징이다. 여성 고유의 모성애가 군에 관한 막연한 두려움을 만나 뿜어내는 감성은 보살핌과 애정에 굶주려있는 군인들의 마음을 마구마구 흔들어 놓는다. 태어날 때 딱 한 번 울고 울어본 적 없는 나의 눈시울도 뜨거워졌던 적이 있는데 휴가 때 만나 모든 돈을 쓰고 싶게 한다. 언제든 꺼내보며 미소 짓는다.
▲ 예비역들이 이성으로부터 받은 편지들
세 번째 애인이 써주는 편지는 하...사실 받아보지 않아서 모른다. 그래서 서술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넓은 아량을 가진 예비역으로서 주변 동기들이 받았던 편지에 대한 목격담을 바탕으로 서술했다. 우선 크고 많다. 떨어져 있는 동안 풀어내지 못한 쌓이고 쌓인 모든 애정을 편지지에 쏟아 부은 것 같은 형태다. 헤어지는 일 따위는 오직 남의 일이며 전역하는 그 날까지 서로 파이팅, 사랑해, 쪽쪽쪽 등의 메시지가 주로 담겨있다.
간혹 애인이 있음에도 편지가 날아오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애인이 없는 친구들보다 더욱 정신적으로 힘들어한다.
▲ 애인으로부터 군 생활 기간 동안 받은 편지를 자랑하는 예비역
네 번째 부모님이 써주는 편지는 눈물 그 자체다. 인터넷을 사용할 줄 모르시는 엄마가 보낸 띄어쓰기 없는 인터넷 편지, 평소 글을 쓰지 않는 부모님의 맞춤법 틀린 손편지,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아버지의 편지, 오직 나의 안위에 대한 걱정과 궁금함만 담긴 내용. 훈련소의 베갯잇은 수 많은 훈련병들의 눈물로 얼룩져있다.
훈련을 받으며 가장 크게 깨닫는 것은 바로 부모님의 사랑이다. 때문에 힘든 훈련에 임하며 힘들 얻기 위해 부모님이 쓴 편지를 소지하는 훈련병들이 꽤 있다.
▲ 예비역들이 부모님께 받은 편지들
필자인 내가 훈련소에 있을 때 이런 말이 훈련병들 사이에서 돌았다. ‘아침에 우유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밤에 편지를 기다리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큰 의미가 있는 말은 아니지만, 훈련병 시절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된다. 훈련병들에게 작은 인터넷 편지 한 통은 당일의 모든 피로를 씻을 수 있는 비타민 한 통보다 더 효과적인 선물이다.
5분의 시간만 투자해 지금 훈련소에 있는 친구, 오빠, 동생에게 인터넷 편지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평생 기억에 남을 위로를 해주는 것이라 가장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 취재 : 청춘예찬 대학생기자 하용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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