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과 통일부, 두 개의 정부 부처 기자단에서 활동하며 근래에 심각한 갈등 속에 빠져있었다. 초등학생인 교회 꼬마 동생이 무심코 던진 “형, 통일부가 좋아, 병무청이 좋아?”라는 질문이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질문을 듣고 나도 모르게 당황해서, “안보가 더 중요한 거야”라는 이상한 대답을 해버렸고 동생은 갸우뚱하며 다시 친구들과 주보 멀리 던지기 놀이를 하러 가버렸다. 그렇게 이상한 대답을 해버리니 집에 돌아오며 무언가 계속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왜 당황했는지, 둘 중에 뭐가 더 좋은지, 왜 그런 대답이 갑자기 입 밖으로 튀어나오게 되었는지 좀처럼 스스로 설명을 할 수 없었고, 그게 답답했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서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유를 생각하다가 얼마 전 통일부 기자단 워크숍으로 하나원 방문 때 담당자가 우리나라의 분단으로 인해 국방부와 통일부가 안보와 통일 문제에 대해 완벽하게 하나 되는 입장을 가질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 하셨던 것이 문득 떠올랐다. 꾸벅꾸벅 조느라 그 말씀을 제대로 듣지 않은 그때의 내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대략 어떤 문제에 대해 “국방부 기자단이라면 이렇게 얘기할 테지만, 우리 통일부 기자단은 이래야 하지”하는 농담 같은 말씀이었던 것이 기억이 났다. 그리고 꼬마의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며 느끼는 설명 할 수 없는 그 찝찝함이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듣고 내가 느꼈던 기분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진 : 국방일보, 통일부)
되돌아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통일부와 병무청에서 동시에 기자단 활동을 하며 주변 사람들을 비롯해 우리 사회가 통일과 안보, 이 두 가지를 서로 다른 방향에 있는 것으로, 하나를 선택한 만큼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충되는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적이 많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사람들의 생각처럼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정부를 위해 존재하는 통일부와 국방부가 다른 방향을 향해 일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통일과 안보, 이 둘 중에 어떤 한 가지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두 가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사진 : 국방부)
이런 고민에 빠져있던 중 8월 4일 북한의 목함지뢰 공격으로 대한민국 장병 두 명이 다리를 잃는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판문점 도끼만행, 울진·삼척 무장공비사태부터 금강산 관광객 피살,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도발, 그리고 이번 목함지뢰 공격까지 분단 70년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북한의 무력도발은 북한군과 북한 정권의 목표가 한반도의 평화적인 통일에 있지 않다는 것과 이러한 행태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을 분명하게 느끼게 해준다.
나와 주변 가족, 친구들을 떠올려보면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통일을 '북한 정부와의 교류와 협력을 통해 군사적, 정치적 대립을 해소하며 양보하고 대화하며 북한과 신뢰를 쌓고 그 신뢰를 통해 이루어 나아가는 것' 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것이 마치 통일에 대한 맹목적인 고정관념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통일의 고정관념으로 인해 북한의 도발로 남북관계가 얼어붙거나 군사적인 대립이 심화 되었을 때 마치 통일이 우리 곁에서 떠나가는 양 걱정과 슬픔을 느끼는 일이 많았다.
(사진 : 네이버 지식백과)
하지만 만약 처음부터 남한과 북한과의 대화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면 우리는 통일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북한은 노동당 규약에서 체제의 최종 목적을 한반도의 적화 통일로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원하는 남북대화와 통일을 위한 신뢰 회복은 남북 쌍방 모두가 평화를 원하고 통일을 바랄 때만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는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남북대화를 지속시키고 이를 위해 이산가족 상봉, 경제 협력을 통해 북한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과연 북한 체제가 정말 인도적인 이유로 이산가족을 상봉시키고, 북한 주민들을 위한 자본을 얻기 위해 경제 협력을 원하는 것일까.
물론 최악의 인권 탄압 속에서 고통받으며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구호하고 헤어진 이산가족들을 만나게 하려는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분단 이후 70년간 끊임없이 반복되는 대화-도발-협상-지원의 악순환을 경험하며 우리가 비로소 알아야만 할 것은 북한의 체제가 변하지 않는 이상 이들의 목표는 우리가 원하는 평화로운 통일이 아니라 오직 그들의 체제를 유지와 한반도 적화 통일이라는 점이다.
이번 목함지뢰 공격으로 극한으로 치달았던 남북의 대립에서 굳건한 한미동맹과 원칙 있는 대한민국의 태도 앞에서 북한이 스스로 꼬리를 내리고 회담을 제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오히려 이런 모습에서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통일의 희망을 느꼈다.
통일을 위한 신뢰는 구걸하여 얻은 대화나 양보 같은 교류, 협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미동맹을 바탕에 둔 원칙을 지키는 대화, 악독하고 잔인한 행위에 대한 확실한 응징을 통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닐까.
온 국민들이 통일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언젠가는 유감스럽지 않은, 통일 대한민국을 위해 유의미한 남북 간의 협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광복 70주년을 맞는 지금 통일을 위한 국가적인 노력과 열정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씩씩하다. 통일에 대한 고정관념을 생각하며 우리 국민들이 남북관계에 조급해하지 않고 통일과 국가 안보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며 한목소리를 낼 필요성을 확인했고 대학생 기자로서 작지 않은 사명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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