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아저씨'가 귀엽게 보이기 시작하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라지요? 둘째 아들이 군대에 갔으니 군인들이 귀엽다 못해 내 자식 같은 느낌마저 드는 나이가 어느덧 되었습니다. 같이 살 때는 '저런 놈이 있나?' 싶은 아들이었는데 곁을 떠나니 생활이 마냥 궁금합니다. 어느 가을날 배달 된 부대 개방행사 초대 편지는 그래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펼쳐보니 미남 대대장님의 '모시는 글'이 자상합니다. 지난 봄 메르스 때문에 취소되었던 아쉬움을 말씀하며 이번에 더 많은 가족들이 올 수 있도록 토요일에 행사를 열기로 했다는군요. 외래인 서약서도 미리 작성해오면 부대 앞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당부 말씀도 합니다. 옆면 행사 식순을 보니 아들과 정(情)도 나누고 부대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는 축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행사 전날부터 비가 옵니다. 가뭄이 심하니 반가운 가을비라고 해야 될 테지만 행사가 어떻게 진행될 지요? 가는 길에 걱정이 앞섰습니다.
원래는 사열대가 있는 운동장에서 온갖 행사가 펼쳐질 예정이었으나 그만…
운동장 한편에 체험용 장갑차 여러 대가 빗속에 우두커니 있습니다.
그래도 가을빛이 곱기만 한 부대를 뒤로하고 달려오는 아들을 보니 이산가족 상봉까지는 아니어도 어찌나 반갑던지요.
행사는 운동장 대신 대대교회에서 치러졌습니다.
오프닝 공연은 백호 밴드의 노래, 오늘 행사를 위해 한 달 반이나 준비했다고 합니다. 군·관·민 축제에 초대받고 수상까지 한 실력의 팀답게 어찌나 호소력 있게 노래를 잘 부르는지요. 군인이기 이전에 다감한 감성을 지닌 청년들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어서 우리를 초대해준 대대장님 말씀, 아들 셋을 둔 아빠라고 본인 소개를 합니다. 장병들 아빠까지는 아니어도 삼촌 나이쯤 되니 그런 마음으로 장병들을 보게 된다고 말씀합니다. 부대 환경이며 생활에 대한 부모님들의 염려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병들은 잘 지내고 있다."고 안심시키십니다.
부대 소개 영상도 보았습니다. 훈련 많이 하는 것으로 소문난 부대답게 포스가 작렬합니다. 아들이 군에 간지 몇 달 만에 "근육이 커져서 전에 입던 옷은 못 입겠다."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훈련만 하는 것이 아니라 추석 명절에는 합동 차례를 지내고 클럽 데이에는 푸른 조명 아래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는 등 다양한 생활 모습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장병들은 부모에게, 부모는 장병에게 주는 감사 편지 낭독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불쌍하다',' 다치지 마라.'는 얘길 들으며 군대에 왔지만 여기 와서 책도 읽고, 인간관계도 배우는 등 얻은 것이 많다."는 어느 장병의 편지, "아들이 듣던 음악을 이제는 내가 듣게 된다."는 아빠의 글 등 진솔하고 뭉클한 마음 고백에 다들 마음이 젖어듭니다. 저도 떨리는 마음으로 아들에게 주는 편지를 읽어보았습니다.
이어서 식당 행, 평소 그대로라는 레알 병영 급식 사진입니다. 아들이 먹는 밥 정말 궁금했는데 드디어 먹어 봅니다. 햄소시지 찌개, 고등어조림, 상추 무침, 김치 그리고 우유 한 팩까지 맛있게 먹었습니다. 오늘 가족들이 식사할 수 있도록 장병들이 월급에서 돈을 냈다니 얼마나 기특한 밥상인지요.
일주일 메뉴판도 찍었습니다. 매끼 다른 반찬으로 밥상 차리는 건 엄마도 하기 어려운 일인데 군대에서는 하고 있네요. 핫도그와 시리얼을 조식으로 먹는 신세대 맞춤용 메뉴도 눈에 띕니다.
밥을 먹은 아들이 식판을 씻어 꽂아 놓는, 집에서는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줍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는 아들이 집안일 거들도록 가르치질 못하고 상전으로 떠받들며 살지 않았나 싶습니다. '고3 수험생 위엔 오직 하늘밖에 없다.'는 듯 위세 부리는 고3 모드를 대학생이 되도록 유지하게 한 잘못이 큽니다. 군대가 그런 아들을 자기 건사할 줄 아는 인간으로 바꾸었습니다.
아들 안내로 생활관도 볼 수 있었습니다. 여럿이 생활하고 자는 곳이지만 "집에서보다도 더 잠이 잘 온다."고 하니 마음이 놓입니다. 생활관 앞 흰 호랑이, 백호상도 늠름합니다. 백호는 상서로운 영물이자 하늘의 네 방위를 지키는 신(神) 가운데 하나라지요?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대에 어울리는 상징 동물입니다.
부대 곳곳을 걷다 보니 캐릭터 그림이 참 많습니다. 딱딱하기만 할 것 같은 군대에 이렇게 귀여운 그림들이 많다니 뜻밖이기도 하고 신선합니다.
사단 군악대 공연 모습입니다. 힘찬 타악기 소리가 병사들의 기개를 보여줍니다. 이어진 장기자랑, 댄스팀 공연 등을 끝으로 부대 개방 행사는 마무리되었습니다. 더 많이 준비했을 텐데 내리는 비가 심술을 부렸네요. 하지만 이날 왔던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여친들은 장병들 얼굴 보고 얘기 나눈 것만으로도 흐뭇했을 겁니다. 아빠 건강부터 묻는 아들 모습에 저도 마음이 풀렸으니까요.
우리 집 자식으로만 여겼는데 아들이 어느새 대한민국을 지키는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이 되다니요. 부대개방행사에서 다시 본 모습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아들, 엄마 모르는 사이에 많이 성장했구나.’
<취재: 청춘예찬 어머니기자 옥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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