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이동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사무 공간을 넓혔다. 사무실 내에 별도의 장애인화장실을 만들었다. 장애인 겸용 엘리베이터를 추가로 설치했고, 출입문을 자동문으로 교체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휴식공간을 따로 꾸몄다. 장애인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편리한 장비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지난해 처음 제정한 ‘올해의 편한 일터’에 선정된 기업들의 면면이다. 올해의 편한 일터상은 중증장애인 고용과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자 2013년 신설됐다. ‘2013 편한 일터’에는 넥슨커뮤니케이션즈가 최우수 사업장으로, 에스원CRM, 포스코휴먼스,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 안산 공장이 우수사업장으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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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특성에 맞는 직무를 개발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는 에스원 CRM에서는 시력 장애를 가진한 직원이 헬스키퍼로 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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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장애를 가진 직원은 네일아트사로 근무한다. |
지난 9일 찾아간 에스원 CRM(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은 보안전문회사인 에스원의 자회사이다. 이곳은 종업원의 44%가 장애인이고 장애인이 일하기에 편리한 시설이 갖춰진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직원 152명 중 68명이 장애 사원이지만, 업무처리능력은 일반인 못지않다. 장애 특성에 맞는 직무를 개발하고 이를 수행하며 전 사원이 본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다. 이를 테면 시각장애인은 헬스키퍼, 청각장애인은 네일아트, 지체장애인은 고객상담 업무를 담당하는 식이다.
경영학과 출신으로 경영지원 파트에 근무하고 있는 최수복(26·지체장애 1급) 씨는 현재 인사 및 채용업무를 하고 있다. 5살 때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휠체어를 사용한다는 그는 “장애는 인식의 차이”라며 “비록 몸은 불편하지만 개인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미래가 바뀐다고 생각한다. 나와 같은 사람이 직장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 시설을 갖춘 회사에 입사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경영학도로서 차근차근 실무경험을 쌓아 배려를 받은 만큼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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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1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열린 ‘올해의 편한 일터’ 시상식에서 이성규 한국장애인교용공단 이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우수업체로 선정된 기업 대표가 포즈를 취했다. (사진=에스원CRM) |
회사 입구에 들어서자 여느 빌딩과 달리 경사로가 완만했다. 1층의 안내데스크도 휠체어 사용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낮게 만들어졌다. 전 층에 마련된 점자블록과 자동문도 눈에 띄었다. 특히 화장실은 휠체어 사용자가 편리하도록 용변시설뿐 아니라 세면대의 높이를 조절했고, 경사경을 설치하는 등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장애인 주차장은 휠체어를 내리고 타야하기 때문에 일반 주차 공간보다 1.5배 넓다.
또한 장시간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을 위해 단시간 근무제를 도입했고, 근무시간도 시간선택제로 오전(7시~11시), 저녁(5시~9시)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50대 이상의 장년층도 신입사원으로 채용할 만큼 연령제한도 완화해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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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의 44%가 장애인인 에스원 CRM. 입구 안내데스크에 설치된 탁자가 휠체어 사용자를 배려해 낮게 설치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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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주차공간보다 1.5배 넓은 에스원 CRM의 장애인 주차장. 바닥에는 점자 블록이 설치돼있다. |
네일아트사 이설(32·청각장애 3급) 씨는 “ 회사에서 진동 알람시계를 선물해 준 적이 있다. 출근 시간에 맞춰 일어나야 하는데 소리가 아닌 진동으로 알려주니 아주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이렇게 업무만이 아니라 일상생활까지 배려해주는 직장이 있어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고 전했다.
에스원CRM 김경탁 대표이사는 “장애인이 편하면 비장애인도 편하다. 회사에 출근해서 업무환경에서 불편함이 없는지 수시로 둘러보고 개선할 점은 보완한다.”며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다양한 직무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모범적인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애인 채용은 장애인공단과 협조해 채용공고와 추천을 받으며 면접 시에는 대표이사가 직접 면접관으로 참석한다. 면접과 직무테스트, 신체검사에 합격을 하면 1개월~3개월의 인턴기간 수료 후 채용이 되며, 채용방식은 장애인, 비장애인의 구분 없이 동일하게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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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안락의자가 놓여있는 에스원 CRM힐링룸 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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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공간에는 TV와 컴퓨터, 도서, 잡지, 차가 마련돼있다. |
에스원CRM과 함께 편한 일터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된 포스코 휴먼스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대기업으로는 국내 최초로 설립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포스코 휴먼스는 현재 전체 직원 370명 중 장애 직원이 191명(52%)으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서 성공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휠체어 장애인이 근무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양문 엘리베이터, 자동문, 경사로, 장애인 전용화장실을 설치했다. 또 사업장 내 체력단련실, 휠체어 장애직원 휴식공간을 별도로 마련하는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확충해 근무환경을 크게 개선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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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들이지 않고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열리는 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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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으로는 국내 최초로 설립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포스코휴먼스 직원들이 체력단련실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휴먼스) |
특히, 사내 직업평가사를 배치해 지적·자폐성 장애 직원을 위한 전문직업 평가 상담을 실시한다. 또한 장애 직원의 직무역량 강화와 직업생활 안정화를 도모하고 단시간 근로제를 도입하는 등 장애인 고용 확대 및 고용 안정화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포항사무지원실 김미영 대리는 “휠체어 장애 직원을 위한 전용 휴식공간이 있어서 뭉친 근육도 풀고 편하게 누워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잠깐이라도 제대로 쉴 수 있기 때문에 업무능률도 향상되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포스코 휴먼스 이광호 부사장은 “채용한 장애 직원이 회사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지원을 통해 장애인 고용안정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이란 장애인 고용 의무 사업주(모회사)가 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일정 요건을 갖춘 자회사를 설립하는 경우, 자회사에 고용된 장애인을 모회사가 고용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로 2008년부터 시행됐다. 모회사가 자회사의 발행주식 총수 또는 출자총액의 50%를 초과해 지배해야 설립요건이 충족된다. 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업에게는 장애인 고용 의무를 자연스럽게 충족할 수 있다.
정책기자 최정애(프리랜서) cja309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