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 청춘예찬

[스크랩] 나는 미친놈이다.

조우옥 2014. 8. 22. 09:25

 

2012년 20살 푸른 청춘인 나에게도 국방의 의무가 다가왔다. 옛날부터 나의 꿈이었던 해병대.

하지만 ‘4’ 라는 숫자가 내 앞길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국방의 의무가

있는데 이왕 가는거 더 멋있고 자부심 넘치는 해병대에 가고 싶었다.


그때부터 나는 미친놈이란 소리를 듣게 되었다. 병무청에서 신체검사 받으라고 편지가 왔다. 현실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제발 1급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신체검사를 받으로 갔다. 느낌이 쌔하기도

하였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별 문제 없고 신체적으로 건강한 나여서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4’라는

급수가 나오면서 내 자신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남들은 ‘잘됐다, 부럽다’ 는 식으로 나를 옹호해왔지만 나는

즐겁지도 좋지도 않았다. 그리고 부모님과 친구, 주변사람들의 말들은 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나는 수술날짜를 잡기 위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다. 의사선생님도 그냥 수술만 하고 군대는 안 가는

게 좋다고 하셨다. 그러나 그 누구도 나의 의지를 꺽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만성 부비동염(축농증 : 구조적 또는

생리적인 이상이 생겨 부비동 분비물이 잘 배설되지 않으면 세균 감염 및 염증이 발생하여 점막이 붓는 현상)

이 나에겐 심하긴 하였지만 그거 하나 때문에 내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될줄은 몰랐었다. 결국 나는 수술대에

올라섰고 다른 질병으로 수술 받는 사람들과는 달리 뿌듯함을 느끼며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통증은

심했지만 내심 내 자신이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또 나도 자랑스러운 해병이 될 수 있을거란 생각에 기대를

하게 되었다. 수술 후 2~3개월 정도 꾸준히 치료를 계속 받아왔고 기쁜 마음으로 병무청에 재검사를 받으러

갈 수 있었다.

 

부모님께서는 가지 말라고 하셨지만 나는 결심했었기 때문에 어떡할 수가 없었다. ‘가는날이 또 장날이다’

라고해서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재검사 받으로 가는 나를 못 가게 막을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비도

내 의지를 막을 수 없었다. 가서 현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재검사 받으로 왔다고 하니까 병무청 직원들이

놀라면서도 한편으로 멋있다고 해주셨다. 이비인후과에 치료 결과와 진단서 등을 제출하고 결국 나는 ‘4’라는

숫자에서 ‘3’!이란 숫자에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기분이 많이 좋았다. 이제 마지막 남은 관문은 해병대 면접이었다. 하지만 해병대에서도 ‘3’이란 꼬리표를 달고있는 나에게 절망을 안겨주었다. 병 1168기에 처음 지원한

나였지만 크리스마스 이브날 입대라는 부담감과 여자친구가 있던 나로서 면접까지 보고 다시 취소하고 병

1169기에 지원하게 되었다. 그런데.. 결과는 탈락이였다. 하지만 열 번 찍어 안 넘어오는 나무 없다고 해서

나도 계속 도전하기로 마음 먹었다. 병 1171기에 다시 지원하고 나는 해병대에 모든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면접을 위한 연습도 많이 했다. 또 체력검정을 위해서 운동도 꾸준히 하고 많은 준비를 했다.

 

결국 면접장에서 면접관님께서는 나의 자기소개만 듣고 ‘넌 합격이야, 만점 줄 테니까 입대할 준비 하고있어’

라고 말하셨다. 면접장 나오는데 눈물이 나올 뻔했다. 내 자신에게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너무 뿌듯했고

해병대라는 곳에 입대할 수 있게 돼서 너무 좋았다. 결국 나는 우여곡절 끝에 해병대 병 1171기에 합격하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부모님께 걱정 끼쳐드려서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전역 후 나는 진짜 철들어서

부모님께 못다한 효도 다 할거라고 생각하고 입대했다. 훈련단에서는 힘들고 지쳤지만 동기들이 내 옆에서

많은 힘이 되어주었고 부모님,여자친구, 친구들의 편지들이 많은 힘이 되었었다. 그리고 진짜 힘든 과정을

끝내고 소대장님이 ‘빨간 명찰’을 내 가슴에 붙여 주실 때는 한없이 눈물이 흘렀고 정말 뿌듯했었다. 이로써

나는 진짜 해병이 되었다. 그리고 현재 나는 해병대 2사단 포병연대 포8대대 10중대에서 상병으로서 열심히

군생활에 복무중이다.

 

이렇게 군입대해서 솔직히 후회를 한번도 안해봤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나도 훈련단에서 힘든 순간

후회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후회같은거 안하고 있다. 군대도 하나의 사회인 것 같다. 인턴부터 사장까지

이병부터 병장까지 다 똑같은거 같다. 나는 지금 이만큼 했다는 것도 신기하게 느끼고 자랑스럽다.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나도 더 성숙해지고 진짜 한번 가는거 해병대에 오기 잘한거 같다. 솔직히 밖에

사람들은 군인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는거 같다. 군인들이 나라 지키고 전쟁에 대비해서 훈련하는 것을

밖에 사람들은 잘 느끼지 못할것이다. 내가 전역해서도 군인을 보면 멋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자랑스러운 것이

군인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떻게든 군대 안갈려고 하는 사람들 군대 한번 가볼만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수단과

방법을 안가리고 군대 안갈 생각하는거 보다 진짜 한번 경험해보고 남들앞에 당당하게 서서 ‘군필자다’ 라고

말하는게 진짜 대한민국 남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를 미친놈으로 보는 사람이 있을수도 있지만 나는 미친

짓해서 군대온 놈 이고 미친놈 맞다. 진짜 힘든거 있을지 모르지만 죽기야 까지하겠나? 진짜 ‘고통은

순간이지만 포기하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다’ 라는 말을 나는 믿는다. 나는 이 말을 항상 가슴에 담아두고

열심히 군 생활도 할 것이고 전역후 사회 생활도 열심히 잘 할 수 있을거라고 믿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군인들은 나라를 지키고 있을 것이고 나도 그중에 한명 일뿐이지만 내가 맡은 국방의 의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직도 내 20대 청춘은 끊임없이 불타오르고 있다.

 

 

출처 : 청춘예찬
글쓴이 : 굳건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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