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김상병 이야기
안녕하십니까? 2기갑여단 기갑수색 중대에서 복무중인 상병 김준혁 입니다. 자원병역이행자
체험수기를 작성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원래 체중으로 인해 신체등급 4급을 받아
공익 판정을 받았었습니다.
처음 신체검사 받을 당시, 부모님께서 호프집을 운영하고 계셨고 저도 부모님을 도와 가게 일을
거들었습니다. 밤 장사다 보니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이 되었고 점차 생체리듬도 엉망이 되었습니다.
또, 밤마다 잦은 술자리를 가지다보니 체중이 116kg 까지 나가는 거구가 되었습니다.
병무청에서 4급이 나오면 불시재검이라 해서 한 번 더 검사를 한다고 하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바로 그
자리에서 바로 4급 확정을 받았습니다. 그때 당시 사이버대학에 재학 중 이라서 병역은 연기 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부모님께서 가게를 정리하시고, 아버지께서 하고자하시는 일이 있으셨고 저도 그 일을 도왔습니다.
사이버대학에 재학당시 처음 1학년 1학기 때는 아버지 일을 도우면서 시간이 날 때나마 한 시간씩 이라도
수업을 열심히 들었습니다. 그런데 일이 힘들고 몸이 피곤하다보니 2학기 때는 수업을 거의 안 듣고, 강의를
재생시켜서 출석체크만 하는 식으로 수강하였습니다. 일반 대학보다 학비가 저렴하다고는 하나, 가정형편이
넉넉한 것도 아닌데 혹시나 하는 나중을 위해서 이런 식으로 사이버대학을 계속 다니는 것은 돈 낭비고,
아버지를 도와 건축 관련 일을 하다 보니 학력이 저에게 크게 필요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해서 2학년
1학기부터는 수강 신청을 안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던 중, 10월 초 무렵 일을 마치고 집에 가보니 우편함에 공익근무요원 소집 명령서가
있었습니다. 병무청에 전화해서 저는 분명 휴학상태이긴 하나 대학에 재학 중인데 왜 소집대상이냐고
문의해보니, 사이버대학에 제적처리로 되어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이버대학에 전화해서 문의해보니
휴학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등록금을 내지 않으면 제적이 된다고 했습니다. 일반 대학과 달리 인터넷
강의로 수업을 듣다보니, 학적과 관련된 안내 글을 자세히 안 읽어본 제 잘못이라 뭐라 따질 수도 없었습니다.
원래도 체중감량을해서 3급 판정받아 현역으로 가려고 했었는데, 일한다고 피곤하고 나태해져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체중감량 말고는 공익요원을 피할 길이 없었습니다. 병무청에
문의해보니 11월 셋째 주가 재검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바로 다음날부터 일을 그만두고
체중조절에 온힘을 쏟았습니다. 일 다니면서 몸이 힘들다고 잦은 술자리를 갖다보니 체중이 최대로 증가해
122kg까지 육박했었는데, 군복무 때문에 어느 정도 감량해 놓아서 그나마 114kg 이었습니다. 매일 운동하면서
아침 점심 저녁 세끼 이외에는 좋아하던 군것질도 안 먹고, 술 또한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난 후 106kg까지 감량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제가 신체등위 4급을 받은
이유는 BMI지수가 35% 초과되어서였습니다. BMI지수라는 것이 키와 몸무게에 비례해서 계산되는 것이니
체중이 줄거나 키가 늘어난다면 BMI지수가 줄어들 테니, 제 딴에는 나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해낸 방법이
재검 때 검사관님 몰래 까치발을 들고 키를 잴 심산으로 월요일 날 병무청에 갔습니다. 그런데.......
검사장에서 까치발을 들다가 검사관님께 딱 걸려서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그때 느낀 게 군대라는
곳이 가고 싶다고 누구나 다 갈수 있는 곳이 아니구나, 사지육신 멀쩡한 사람만이 갈수 있는 곳이구나 하고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검사관님께서 그 주 금요일까지만 검사 일정이 있고, 그 이후에는 신체등위 변경이
불가하다고 하시더군요. 이러다가는 12월 공익소집에 갈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저는 절실한
마음으로 약국으로 가서 장 청소 약을 사서 복용하고 속을 비운 뒤, 그날부터 금식을 시작했습니다. 땀복이
없는 대신 내의를 입고 그 위에 최대한 옷을 껴입고 집 뒤에 있는 산에 올라가 도끼로 나무를 베기 시
작했습니다. 나무도 베고 산도 뛰어다니고, 그렇게 이틀을 하니 103kg까지 줄었습니다. 수요일부터는 물
한모금도 마시지 않고 운동만 하고 체중계 위에 올라가보니 100kg이었습니다. 목요일에 병무청에 가서
3급으로 변경되고, 정말이지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런데 바로 밥을 먹고 하니 바로 105kg로 복구되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일을 하면서 해병대에 2~3번 지원하다가 병무청에서 나이도 있고 하니 원하는 곳으로 넣어 줄
터이니 육군에 입대하라고 해서 날을 정해 군에 입대하였습니다. 논산훈련소에 입대하여 피복치수를 재는
3D기계로 체중을 측정하니 117kg이었습니다. 입소대대에서 혈압 측정 때 140이상으로 나와서 군의관님이
지금 말하면 퇴소시켜줄 수 있으니, 공익으로 가도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어차피 가기로 한 군대 후회 없이
훈련소에 들어갔습니다. 입소하고 적응도 힘들고 체력적으로고 지쳤지만 동기들이 있어서 해낼 수
있었습니다. 한 주 한 주 지날 때 마다 체력도 증진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다 보니 건강도 한결
좋아졌습니다.
자대배치를 받고 2기갑여단에 왔는데 수색중대라 해서 많이 당황했습니다. 그래도 선임들께서 따뜻하게 대해
주시고 간부님들과도 즐겁게 군 생활을 하다 보니 적응도 다 되었고 지금은 정말 즐겁습니다. 군 입대 전에
걱정했던 폭력이나 욕설도 없고,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라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처음 훈련 나갈 때는
긴장도 되었지만 나가서 열심히 훈련 받다 보니 선임들과 간부님의 배려로 포상휴가도 받고, 정신 전력공부도
열심히 해서 포상외박도 받아 괜한 걱정 이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군복무를 하다 보니 작은 것에 감사하게 되었고 배운 점도 많습니다. 경계근무를 서다보면 부모님께 대한
감사함도 느끼고, 지금까지 제가 잘못했던 일도 떠오르고 앞으로 제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등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것도 참 감사합니다. 체력적인 면도 매일 뜀걸음과 체력단련을 하다 보니 체중도
94kg까지 감소하고 체력측정도 잘 나와서 상병으로 정진급도 했습니다.
군대에 와서 느낀 점은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작은 것에 대한 감사,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면에서도 더욱더
긍정적으로 바뀌는 등 저에게 군복무가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일단 정상적으로 군복무를 마치게
되면 사회에 나가서도 신체건강하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남성으로 인정을 받을 것이고, 제 자신
스스로에게도 자랑스러울 것입니다. 입대하기 전에 밖에서 떠도는 이야기나 간혹 뉴스에서 자살을 하거나
탈영을 하는 군인들이 있다는 기사를 들은 적이 있어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부딪혀 보니 스스로를 단련시켜
주고 성장시켜주는 고마운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병이 된 이 시점에서 앞으로 들어오는 후임들에게 이것저것 잘 알려주고, 제가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후임이 군 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아직 군 생활이 많이 남았는데 더욱더 열심히 해서 몸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바뀌어서 보람차게 전역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