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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예술인패스를 이용해 평소에 보고 싶었던 전시를 무료로 볼 수 있었다. |
지난해 10월부터 예술활동증명을 마친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발행해온 ‘예술인패스’는 예술인에게 일부 국공립 문화예술기관의 관람료를 할인해주는 제도로, 순수예술인(문학·시각예술·공연)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 제도를 도입해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예술인패스는 개인 혹은 단체로 발급되는데, 개인의 경우 예술활동증명을 받은 예술인, 심의위원회 통과 단체의 정회원, 학예사 자격증 소지자, 미술관, 박물관의 관장 또는 설립자라는 자격요건 중 한 가지에만 해당되면 누구나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매달 10일까지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해당 월 25일 경 우편으로 IC형태의 예술인패스 카드를 받아볼 수 있다.
단체의 경우 문학, 시각예술, 공연 분야를 대표하는 협회(법인)에 한해, 신청서와 각종 협회 증명서식을 제출해서 심사를 받은 뒤 심사에 통과하면 전 단체원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인패스 카드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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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카드 형태의 예술인패스는 인터넷을 통해 예술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발급받을 수 있다. |
예술인패스를 이용해서 관람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의 목록은 예술인패스 홈페이지(artpass.arko.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여러 분관에서 열리는 모든 전시를 무료로 볼 수 있고, 국립국악원, 금정문화회관, 수원박물관 등에서는 50%, 3·15아트센터, 마산박물관, 국립극장 등에서는 30% 할인된 가격으로 전시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인상파의 고향, 노르망디 유럽모던풍경화의 탄생’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같이 소위 ‘블록버스터 전시’라고 불리는 대형 전시도 30% 할인된 가격으로 볼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해당기관 목록에는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극장, 예술의 전당 등 서울이나 수도권에 위치한 기관도 있지만, 광주문화예술회관, 밀양시립박물관, 부산 영화의 전당 등 서울 외 지역에 위치한 기관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예술인패스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패스를 발급받았다는 송채영 씨(한국화가)는 “아직 패스를 사용해본 적은 없지만 무척 좋은 취지를 가진 제도인 것 같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비싼 관람료 때문에 보고 싶은 전시를 못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예술인패스를 이용하면 그런 일이 줄어들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또 한 예술인은 ‘예술인패스는 예술활동증명을 받은 예술인을 대상으로 발급되기 때문에, 기관에서 지원금을 받을 때 내가 예술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며 예술인패스의 색다른 활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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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패스를 이용하면 비싼 가격 때문에 관람을 주저했던 전시, 공연 등을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
하지만 아직은 예술인패스의 혜택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예술인들도 많다. 일러스트레이터 김규희 씨는 “예술인패스를 발급받긴 했지만 어디서 할인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예술인패스로 할인받을 수 있는 전시를 보러 갔지만 패스를 놓고와서 사용하지 못한 적도 있다. 할인받을 수 있는 기관에 대한 정보를 주는 문자메시지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연극인 권민준(가명) 씨는 “예술인패스가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것 같다. 할인율이 낮은 편이라서 연극이나 뮤지컬같은 경우 다른 할인카드를 이용하는 편이 더 많은 할인 혜택을 받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리라고 믿는다. 앞으로 할인율이 더 높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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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흡한 점도 많지만, 예술인패스는 예술가의 자긍심을 고취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
지난해부터 시범 운영되다가 올해 체계적인 제도로 자리잡은 예술인패스는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딛은 단계라, 아직은 미흡한 점이 많다. 하지만 필자는 예술인패스를 사용해 무료로 전시를 보면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소득은 예술인으로서의 자부심이다. 할인된 가격으로 전시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지만, 그보다는 낮은 보수와 주변의 몰이해 속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었던 예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한편, 예술인패스의 신청방법과 해당기관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예술인패스 홈페이지(artpass.arko.or.kr)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제가 만난 세상을 글을 통해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