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안전을 위한 투자,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안전을 위한 투자,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2015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체험해보니…국민 중심 체감형 훈련 강화
2015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이 5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실시됐다. 특히 5월 20일은 국민 체감형 훈련이 집중적으로 실시됐는데, 이날 캠퍼스에 울려퍼진 사이렌 역시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민방위 훈련이었다. 국민안전처가 출범한 이후 처음 실시된 대규모 국가단위 종합훈련이라는 점에서 이번 훈련은 많은 관심을 끌었다. 기존의 재난대응 훈련과는 달리 기간을 3일에서 5일로 확대했고, 토론 위주 훈련에서 수색, 구조, 구급활동 등 현장 훈련을 강화해 실제 재난 발생 시 대응 능력을 기르기 위해 기획됐다. 국민 중심의 체감형 훈련에 중점을 뒀다는 점도 기존과는 달라진 점이다.
5월 18일, 훈련 1일차는 중앙부처 및 지자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지자체에서는 안전관리위원회를 개최해 안전관리대책을 점검했다. 일부에서는 현장출동 태세 확립을 위한 대응편제와 민관군 합동으로 구호물자 지원 체계의 기반도 마련했다.
이후 4일차에는 민관군 협력대응 현장종합훈련으로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기 사고 현장 훈련이 있었으며, 경기 용인에서 장대터널 대형화재 대응 현장훈련도 실시됐다. 마지막 5일차에 불시메시지 훈련을 끝으로 5일간의 훈련이 끝났다. 5일간의 재난대응 훈련 중 기존과 차별화된 부분은 5월 20일 국민 체감형 훈련이었다. 학교에서도 시작 며칠 전부터 공지사항을 게재하고 홍보판을 설치하는 등 재난대응 훈련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신경을 쓴 모습이 역력했다.
실제로 참여율이 저조하던 기존 민방위 훈련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대피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지진이 났으니 건물 밖으로 대피하지 못하면 머리를 가리고 튼튼한 구조물 밑에 들어가야 된다.’며 안전 요령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 20일 지진 대피 훈련에 참여한 대학생 유상지(23) 씨는 “요즘 재난에 대한 불안이 큰데 좋은 경험이 됐다.”며 “앞으로도 이런 대비 훈련이 많이 진행돼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교 측의 사전 공지에도 불구하고, 지진 대피 훈련에 대해 모르거나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학생들도 많았다. 사이렌 소리에 주위를 둘러보던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평상시처럼 행동했다. 때문에 걷는 사람들 사이로 민방위 훈련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달려나가는 대비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학기 초 기숙사 소방훈련에 참가했던 이 모(22) 씨는 지금까지 진행된 대비훈련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 씨는 “기숙사 소방훈련도 대다수 학생들이 귀찮은 기색이 역력해서는 안전교육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며 “이번 민방위 훈련도 그렇고, 이러다가 실제 재난이 났을 때는 절말 많은 학생들이 대피해야 할 텐데 과연 모두 무사히 대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과거 필자가 생활하는 기숙사에서 갑자기 화재경보가 울린 적이 있다. 불안한 마음에 복도를 내다봤지만 어느 누구도 내다보는 학생이 없었다. 다행히 화재경보기의 오작동으로 밝혀졌지만 만약 실제 화재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아찔해졌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를 비롯해 올해 캠핑장 화재 사건과 연이은 지하철 사고까지. 우리가 사고에 무방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사고들이 많았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는 안전하겠지.’라는 생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안전 불감증이 여전히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내려있는 것이다. 이번 2015 재난대응 안전한국은 그 기획과 시도에서 상당한 노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시민들의 인지도와 참여도를 좀 더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 우리는 최대한 안전하게 사고에 대응해야 한다. 재난 대응 훈련이 시간을 뺏기는 번거로운 일이 아니라 우리의 안전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사고가 발생한 뒤에 후회하기엔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사고를 겪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은 이미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