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정책기자

[스크랩] 안전을 위한 투자,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조우옥 2015. 5. 26. 19:49

안전을 위한 투자,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2015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체험해보니…국민 중심 체감형 훈련 강화

지난 5월 20일 오후 2시. 조용하던 캠퍼스에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잠시 놀라서 주위를 둘러보던 사람들이 지진 발생 안내방송을 듣고는 분주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건물 밖으로 달려나갔다.

2015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이 5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실시됐다. 특히 5월 20일은 국민 체감형 훈련이 집중적으로 실시됐는데, 이날 캠퍼스에 울려퍼진 사이렌 역시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민방위 훈련이었다.

국민안전처가 출범한 이후 처음 실시된 대규모 국가단위 종합훈련이라는 점에서 이번 훈련은 많은 관심을 끌었다. 기존의 재난대응 훈련과는 달리 기간을 3일에서 5일로 확대했고, 토론 위주 훈련에서 수색, 구조, 구급활동 등 현장 훈련을 강화해 실제 재난 발생 시 대응 능력을 기르기 위해 기획됐다. 국민 중심의 체감형 훈련에 중점을 뒀다는 점도 기존과는 달라진 점이다.

서울 지하철 경복궁역과 독립문역 일대에서 유독가스가 발생한 것을 가정해 시민들이 대피하고 있다.(사진=국민안전처)
5월 18일 서울 지하철 경복궁역과 독립문역 일대에서 유독가스 발생 상황을 가정해 시민들과 국민안전처 박인용 장관이 대피하고 있다.(사진=국민안전처)

 

5월 18일, 훈련 1일차는 중앙부처 및 지자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지자체에서는 안전관리위원회를 개최해 안전관리대책을 점검했다. 일부에서는 현장출동 태세 확립을 위한 대응편제와 민관군 합동으로 구호물자 지원 체계의 기반도 마련했다.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부터 독립문역 구간에서는 도심 지역 대규모 인명피해가 있을 경우 응급 구조 및 구급 활동에 대비해 지하철 유독가스 대피훈련이 실시됐다.

이튿날에는 육상과 해상에서의 긴급구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형 산불이나 해양선박 사고에 대비한 현장훈련이 진행됐다.

캠퍼스에 사이렌이 울렸던 3일차에는 국민 참여 훈련 및 복합재난 대응 훈련이 있었다. 백화점이나 복합 상가에서 화재대피 훈련이 진행됐고, 학교나 직장단위별로 발생 가능한 재난에 대비한 생활안전훈련도 실시됐다.

서울 수리초등학교에서 지진 대피 및 화재 훈련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국민안전처)
20일, 서울 수리초등학교에서 지진 대피 및 화재 훈련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사진=국민안전처)

이후 4일차에는 민관군 협력대응 현장종합훈련으로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기 사고 현장 훈련이 있었으며, 경기 용인에서 장대터널 대형화재 대응 현장훈련도 실시됐다. 마지막 5일차에 불시메시지 훈련을 끝으로 5일간의 훈련이 끝났다.

5일간의 재난대응 훈련 중 기존과 차별화된 부분은 5월 20일 국민 체감형 훈련이었다. 학교에서도 시작 며칠 전부터 공지사항을 게재하고 홍보판을 설치하는 등 재난대응 훈련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신경을 쓴 모습이 역력했다.

 

실제로 참여율이 저조하던 기존 민방위 훈련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대피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지진이 났으니 건물 밖으로 대피하지 못하면 머리를 가리고 튼튼한 구조물 밑에 들어가야 된다.’며 안전 요령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

20일 지진 대피 훈련에 참여한 대학생 유상지(23) 씨는 “요즘 재난에 대한 불안이 큰데 좋은 경험이 됐다.”며 “앞으로도 이런 대비 훈련이 많이 진행돼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진 대비 실제 대피훈련에 참여한 학생과 교직원들은 건물을 빠져나와 대피장소로 이동했다.
지진 대비 실제 대피훈련에 참여한 학생과 교직원들은 건물을 빠져나와 대피장소로 이동했다.

 

그러나 학교 측의 사전 공지에도 불구하고, 지진 대피 훈련에 대해 모르거나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학생들도 많았다. 사이렌 소리에 주위를 둘러보던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평상시처럼 행동했다. 때문에 걷는 사람들 사이로 민방위 훈련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달려나가는 대비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민방위 훈련 사실을 몰랐다는 대학생 정 모(21) 씨는 “갑자기 사이렌이 울려서 깜짝 놀랐다.”며 “주위사람들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따로 대피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학교 커뮤니티에는 사이렌 소리가 뭐냐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사이렌 소리를 들었냐는 질문에 “듣지 못했다.”고 대답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학기 초 기숙사 소방훈련에 참가했던 이 모(22) 씨는 지금까지 진행된 대비훈련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 씨는 “기숙사 소방훈련도 대다수 학생들이 귀찮은 기색이 역력해서는 안전교육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며 “이번 민방위 훈련도 그렇고, 이러다가 실제 재난이 났을 때는 절말 많은 학생들이 대피해야 할 텐데 과연 모두 무사히 대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교측의 사전공지와 홍보판 설치에도 불구하고 대피훈련을 모르는 학생들도 많았다.
학교측의 사전 공지와 홍보판 설치에도 불구하고 대피훈련을 모르는 학생들도 많았다.

과거 필자가 생활하는 기숙사에서 갑자기 화재경보가 울린 적이 있다. 불안한 마음에 복도를 내다봤지만 어느 누구도 내다보는 학생이 없었다. 다행히 화재경보기의 오작동으로 밝혀졌지만 만약 실제 화재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아찔해졌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를 비롯해 올해 캠핑장 화재 사건과 연이은 지하철 사고까지. 우리가 사고에 무방비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사고들이 많았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는 안전하겠지.’라는 생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안전 불감증이 여전히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내려있는 것이다.

이번 2015 재난대응 안전한국은 그 기획과 시도에서 상당한 노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시민들의 인지도와 참여도를 좀 더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했을 경우 우리는 최대한 안전하게 사고에 대응해야 한다.

재난 대응 훈련이 시간을 뺏기는 번거로운 일이 아니라 우리의 안전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사고가 발생한 뒤에 후회하기엔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사고를 겪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은 이미 충분하다.

정책기자 이밝음(대학생) lpu5301@naver.com

출처 : 사랑을 전달하는 천사들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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