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정책기자

[스크랩]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히겠습니까?”

조우옥 2015. 6. 6. 15:29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히겠습니까?”

[통일박람회 2015 ④] 이산가족 상봉 기원하는 월남 2세대의 꿈

“이산가족 상봉이 하루빨리 재개됐으면 좋겠습니다.”

월남가족 2세대인 임세원(50) 씨가 이산가족의 바람을 강조했다. 그는 “이산가족의 날을 정부기념일로 만들어 이산가족의 슬픔을 위로하고 통일을 고취하는 날로 기록해 이제는 이산가족의 현실을 뒷받침할 때가 왔다.”고 덧붙였다.

대한적십자사 자료에 따르면 현재 고령 이산가족 하루 10명 이상이 혈육상봉의 염원을 이루지 못한 채 사망하고 있다. 올해 4월말 현재 등록된 이산가족은 12만 9천명, 이중 6만 3천명이 이미 유명을 달리했다. 나머지 생존자 6만 6천명도 대부분 70세 이상 고령자들이다. 이산가족의 만남과 추진이 한시가 급한 이유이다.

'통일박람회 2015' 대한적십자사 부스에 마련된 이산가족 상봉기원 희망메시지, 관람객들은 남북 이산가족들이 하루라도 빨리 만나기를 기원했다.

통일박람회에 참가한 사단법인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는 관람객들에게 이산가족의 날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과 함께 열띤 호응을 받았다.
통일박람회에 참가한 사단법인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는 관람객들에게 이산가족의 날 기념일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과 함께 열띤 호응을 받았다.


이산가족은 북에서 월남한 실향민들로 광복이후 월남한 사람, 6·25전쟁 기간중 월남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산가족들은 이북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무려 70년을 기다려왔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볼 수 있듯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헤어진 이북 가족을 못잊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여기서 이산가족들의 남북통일에 대한 염원은 남다르다. 이들의 통일에 대한 기대는 지난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통일박람회 2015’ 현장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31일, (사)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위원회 역할을 설명하기에 바빴다. 박정희(54) 부장은 부스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이산가족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 필요성을 역설하며 이를 위한 서명운동을 안내했다. 함경북도 경흥군 출신 월남 2세대인 박 부장은 현재 경흥군 명예군수로서 실향민들의 애향과 통일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미수복경기도 중앙청년회 임세원 회장도 월남 2세대로 이산가족과 그 후손들의 통일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미수복경기도는 이북의 개성시, 개풍군, 장단군 세 곳 행정구역을 지칭한다. 개풍군 토성면 2세대인 임회장은 미수복경기도 청년회원들은 물론 3세대, 4세대 등 후손들에게 월남한 아버지 세대의 소원인 통일을 전파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사업과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미수복경기도 중앙청년회 임원들이 실향1세들을 위한 경로잔치를 베풀며 인사 드리고 있다.
미수복경기도 중앙청년회 임원들이 실향 1세들을 위한 경로잔치를 베풀며 인사 드리고 있다.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전시실에 있는 역대 대통령들의 통일 염원 휘호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전시실에 있는 역대 대통령들의 통일 염원 휘호


임씨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임진문, 82)를 따라 면민회 행사에 갔다. 면민회 모임에 가면 아버지는 평소보다 즐거워하셨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임 회장은 아버지의 소원이 통일이라는 것을 알고 은연중에 아버지의 뜻을 따르게 됐다.

임 회장은 4년전 탈북한 고모부를 통일부의 주선으로 상봉한 적이 있다. 9남매 막내인 아버지 형제인 이산가족을 조카입장에서 만났는데 이를 계기로 통일과 이산가족상봉이 얼마나 절실하고 시급한 과제인지 다시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동생 장원(47) 씨도 형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모두 통일을 고대하는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은 탓이다.

한편, 지난달 24일 강화 제적봉평화전망대, 43회 미수복경기도 개풍군 광덕면민회 총회가 열렸다. 먼길을 마다하고 전국에서 150여명의 면민회원들이 이곳을 왜 찾았을까. 바로 지척의 이북 고향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을 기다리며 면민회는 1년에 한번 이곳에서 모임을 갖고 고향을 추억하는 것이다.

면민회는 한강건너 바로 보이는 광덕면을 향해 망배단에 제물을 차리고 제를 드리며 조상님들의 안녕과 통일을 빌었다. 이어 면민회원과 내빈들은 식사를 겸해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통일될 때까지 서로의 건강을 기원했다.

광덕면민회가 강화제적봉평화전망대 망배단에서 조상과 고향의 부모님께 제를 올리고 있다.
광덕면민회가 강화제적봉평화전망대 망배단에서 조상과 고향의 부모님께 제를 올리고 있다.


이날 총회를 준비한 것은 바로 월남 2세들이다. 이처럼 월남한 세대의 2세들이 부모님에 이어 통일을 염원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활동과 운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충효사상이 바탕에 있다. 부모가 애타게 그리던 고향과 가족을 후손으로서 찾아드리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는 것이다. 여기서 이산가족 상봉은 제일 중요한 과제이다.

광덕면민회 회원들이 강건너 보이는 고향땅을 바라보며 서로 옛추억을 더듬고 있다.
광덕면민회 회원들이 강건너 보이는 고향땅을 바라보며 서로 옛추억을 더듬고 있다.


통일박람회에 대해 임 회장을 비롯해 월남 2세대들은 “박람회를 통해 통일에 대한 인식과 필요성을 공유하는 이런 자리는 매우 바람직하다.”면서 “막상 이북출신 통일후계세대로서 통일사업을 이어나가는데 애로사항도 적지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남도 아닌 쉽게 찾아가 볼 수 도 없는 부모의 이북고향을 되찾는 활동은 말처럼 쉽지 않고, 이를 따르는 2세들도 점차 줄고 있어 애향사업의 추진동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중론이다. 또한 대부분 80~90세에 이른 월남 1세대들이 상봉의 한을 못 풀고 돌아가면서 이것으로 이산가족의 애환마저 기억속에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통일박람회에 참가한 독일의 한스 자이텔 재단은 통독의 경험을 전수하고 한반도 통일시대에 대비한 다양한 사업을 홍보했다.
통일박람회에 참가한 독일의 한스 자이텔 재단은 통독의 경험을 전수하고 한반도 통일시대에 대비한 다양한 사업을 홍보했다.

통일박람회는 온국민의 통일기원 잔치이기도 했다. 통일운동을 펼치는 김삿갓 모습을 한 김만희(70)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통일박람회는 온국민의 통일기원 잔치이기도 했다. 통일운동을 펼치는 김삿갓 모습을 한 김만희(70) 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통일박람회에서 보듯 이제 통일은 목전의 미래로 다가섰다. 특히 월남 2세들은 누구보다 통일을 고대하고 있다. 부모님이 대부분 연로하고 이북 고향에 계신 친척들도 이승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식된 입장에서 생사확인만이라도 바라는 부모님의 뜻을 받들고 계승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이에 통일박람회가 이산가족과 그 2세들의 통일염원을 실현시켜주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혁진
정책기자단|이혁진rhjeen0112@empas.com
베이비붐 세대의 행복과 고민을 함께 나누며 이들의 홀로서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인 나의 인생2막의 모습이기도 하다.
출처 : 사랑을 전달하는 천사들의 집~!
글쓴이 : 호박조우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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