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엄마, 이거 군 전화야~" 병영생활관에도 이제 휴대폰이?
어느 날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저장이 왔어요. 평소에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기 때문에 받지 않았는데 다시 문자가 오는 거에요. "부대입니다. 전화주세요." ????
(휴대폰 번호는 보안상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저는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근무한 자대인가 놀랐기도 했고, 아니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던 피싱문자가 아닌가 했어요. 그런데 또 한 번 더 연락 와서 결국 받아봤죠.
"형, 나야. 준영이(제 남동생). 왜 이렇게 전화가 안 돼?"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분명히 제 동생이 맞았습니다. 분명 제 동생은 지금 육군 27사단(이기자 부대)에서 복무 중인데 휴대폰으로 전화가 오고 '부대입니다. 전화주세요' 문자가 오고.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요? 제가 자세한 사실을 조사해봤습니다.
국방부는 지난 1월 30일부터 병영생활관당 1대씩 '병사 공용 휴대폰'을 배치한다고 밝혔어요. 이 말인즉슨, 병사들이 더는 공중전화나 PX에서 전화를 임시대여 받아 전화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을 이용해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손쉽고 자유롭게 연락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군 특성상 휴대폰 사용에 몇 가지 제약이 있는데요.
첫 번째로, 24시간 내내 이용 가능한 것이 아니라 일과시간 이후인 오후 6시부터 취침 전 밤 10시까지만 가능합니다. 두 번째로, 문자와 전화 수신만 가능하지만, 발신은 불가능해요. 예외적으로 병사가 전화를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할 수는 있어요. ('부대입니다. 전화주세요.' 문자가 이 문자였군요^^)
마지막으로 보안을 위해 위치추적장치(GPS), 카메라, 녹음 기능도 제거됐습니다.
하지만, 병사들 입장에서는 매우 잘 된 일이죠! 병사로서는 전화기의 대수도 획기적으로 늘어났지만,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인 것 같아요. 지금껏 병사가 먼저 연락을 하지 않는 이상 연락이 끊기는 일방향적 연락체계였죠. 이제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먼저 연락만 해준다면 소위 '뒷북'(일이 거의 끝나거나 종료된 뒤에 알아 매우 늦게 리액션을 취하는 것)을 할 일도 없네요.
일부에선 "군대에 휴대폰이 웬 말이냐?", "아직은 시기상조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하지만 이번 조치는 갑자기 이뤄진 게 아니라 지난 2014년 군 내 병영생활 부조리 문제로 말미암아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국방부에 병사들의 병영생활 고립감 해소와 열린 소통 채널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해 고안된 결과입니다. 또한 애초에는 점진적으로 실시하려고 했으나 L 통신사의 적극적인 지원 때문에 보급 시기가 앞당겨졌어요. 국방부 박래호 정보화기획관은 "이번 병사 수신용 공용 휴대폰 운용으로 사회와 병사 간에 열린 소통 채널이 마련돼 사회의 불안감과 병사의 고립감을 다소 해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어요.
앞으로는 이런 문자와도 저처럼 놀라지 말고 전화 받아주세요! 군인이 애타게 기다릴 수 있어요 :)
<취재: 청춘예찬 대학생 기자 최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