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945년 8월 15일, 빼앗긴 주권을 되찾으며 그토록 염원하던 광복이 이뤄진 후 올해로 정확히 7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 그 시간동안 나라를 잃었던 민족의 상처는 서서히 아물어왔고, 광복 후 대한민국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오면서 아픈 역사는 말 그대로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는 듯하다.
그러나 이렇게 민족의 슬픔이 조금씩 치유될 수 있을 만큼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비극적인 상황이 우리에게 남아있다. 바로 위안부 관련 문제이다. 이는 최근 일본의 우경화로 역사 왜곡이 점점 심해지는 가운데 여성 인권과 맞물려 전 세계가 관심을 갖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또는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을까. 사실 필자만 하더라도 부끄럽게도 위안부에 대해 정확한 인식은 갖고 있지 못한 듯하다. 우리에게 지속되는 비극적 역사임은 알고 있지만 현재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아주 가깝게는 나의 할머니와 같은 분들인데도 말이다.
 |
특별순회전 ‘마르지 않는 소녀의 눈물’ |
그러던 중 꼭 한 번쯤 가보면 좋을 법한 전시 정보가 있어 관심이 갔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일본군 ‘위안부’ 관련 특별순회전 ‘마르지 않는 소녀의 눈물’이 열리고 있었던 것.
‘나눔의 집’과 여성가족부의 협조 아래 피해자 할머니들의 증언과 생활, 할머니들의 그림, 수요 집회와 평화의 소녀상, 그리고 오늘날 우리들의 노력 등 약 38점의 다양한 그림과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는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관람해볼 만한 가치가 있어 직접 찾아가봤다.
 |
전시가 열리고 있는 수원광교박물관 |
 |
전시장 전경 |
수원광교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입장해 준비된 자료와 사진들을 처음부터 천천히 읽어가며 전시를 관람했다. 그동안 알고있던 내용도 있었지만 이 전시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되는 내용들도 꽤 많았고 이렇게 하나의 기획 전시로 위안부 관련 문제를 살펴보니 비극적이라고만 생각해오던 역사가 좀 더 현실적으로 가슴에 와닿았다.
1932년 중국 본토에 처음 설치된 이후, 1945년 8월 15일 일본 패망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점령지였던 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 각지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소. 이곳으로 일제 강점기에 강제 동원돼 병사들을 상대로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했던 여성들을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라고 부르고 있다.
과거 ‘정신대’라고 불렸던 여자 근로정신대는 일제가 여성까지 군수공장에서 일하게 하려고 만든 것이며, 일본의 종군위안부 또한 군대에 스스로 따라가 군인들에게 성적 위로를 했다는 뜻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단어라고 한다.
이때문에 현제 국제사회에서는 ‘군대성노예’란 용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지만, 실질적 피해자였던 우리 사회에서는 당대의 특수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역사적 용어로서 일본군 위안부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
 |
이 기획전시에서는 당시 위안소에 끌려갔던 피해자 할머니들의 가슴 아픈 인생사에 대한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
현재 일본군 위안부의 전체 수는 5만~30만 정도로 추정되는데 특히 식민지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으로 조선 여성들을 위안부로 광범위하게 동원했으며, 당시 조선 여성들은 사기, 인신매매, 연행의 3가지 방식으로 위안소에 끌려갔다.
피해자 할머니들은 대부분 8살, 16살, 17살, 21살 등 너무도 어린 나이에 강제로 위안소에 연행되고 무지막지한 피해를 입어왔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들 중 많은 분들이 이 같은 피해에 대한 사과나 보상을 받기도 전에 돌아가셨고, 살아계신 분들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우리 사회가 기억할 필요가 있는 듯했다.
238명의 정부 지원을 받는 할머니들 중 현재 53분만 생존해 계시고 평균 연령이 88.3세라는 사실은 그런 점을 잘 이야기해준다. ‘나의 눈물이 마를 때까지 진정한 광복은 오지 않았다’는 그분들의 외침에 더욱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일 때인 것이다.
수원광교박물관의 이유나 학예사는 “올해 7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고, 일본에 의한 역사 왜곡이 점점 심해지는 가운데 위안부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역사 인식을 바로잡고자 하는 취지에서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
강일출의 ‘태워지는 처녀들’. ‘마르지 않는 소녀의 눈물’에 전시된 작품 중 하나. 해방 직전 위안소에 장티푸스가 유행하자 위안소 여성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불태워 죽였다고 한다. 그곳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강일출 할머니의 기억이다. |
광복 70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피해자 할머니들에게는 아직 진정한 광복이 오지 않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분들이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피해에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올해에는 대한민국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편, ‘마르지 않는 소녀의 눈물’ 특별순회전시 외에도 광복 70주년을 맞아 다양한 주제의 공연이나 전시 등의 문화 프로그램이 하나둘 선보이고 있다. 70주년이라는 의미있는 해인 만큼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현재 우리의 삶을 함께 살펴보며 자유로운 조국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면 좋을 것 같아 몇 가지를 추천해보고자 한다.
◆ 전시
70년의 이야기 서울 광장전
내용: 서을 광장을 중심으로 지난 70년간 펼쳐진 현대사의 기록을 사진으로 전시
기간: 2015.02.12-04.30
장소: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
강병인의 글씨로 듣는 독립열사의 말씀
내용: 안중근, 유관순, 안창호, 백범 김구 등과 같은 독립 운동가들의 말과 글을 글씨예술가 강병인씨의 캘리그래피로 표현한 작품을 전시
기간: 2015.3.31-4.12
장소: 서대문형무소역사관 10옥사
분단 70년 주제전: 북한 프로젝트
내용: 국내외 글로벌 아티스트들이 펼치는 북한에 대한 예술적 상상을 통해 이념을 떠나 예술을 주제로 한 작품을 전시
기간: 2015.7.21-9.29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 공연
광복 70주년 기념 뮤지컬 <덕혜옹주>
내용: 다케유키가 실종된 자신의 딸 정혜를 찾으면서 덕혜와 결혼, 정혜의 탄생과 성장 등의 기억을 되돌려 보게 되는, 우리가 잊어버린 그녀의 처절하고 따뜻한 기억
기간: 2015.4.3-6.28
장소: 대학로 SH아트홀
뮤지컬 <영웅>: 아름다운 영웅 안중근, 일본 제국주의를 쏘다!
내용: 안중근 의사가 대한독립과 동양평화를 위해 의병부대를 이끌며 독립운동을 벌이고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하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창작 뮤지컬
기간: 2015.4.14-5.31
장소: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 기타
광복 70주년 기념 디아스포라 강좌
내용: 광복70주년을 맞아 해외 한인들의 삶을 되돌아보고자 디아스포라 강좌를 개최
기간: 2015.3-10월 수요일 저녁
장소: 한국이민사박물관 강당
공공예술 프로젝트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주요 관심 분야는 예술교육, 문화정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