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정책기자

[스크랩] 내일 죽어도 담배는 피우시겠다던 아버지가 변했다

조우옥 2015. 5. 15. 11:55

내일 죽어도 담배는 피우시겠다던 아버지가 변했다

[5월 가족사랑의 달|가족이라서 고마워 ②] 둘째 조카 초음파 사진에 ‘담배와의 전쟁’ 선포

요즘 담뱃값 인상으로 너도나도 금연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난 못 끊는다!”며 꿋꿋이 담배를 피우겠다는 사람이 있다. 바로 우리 아버지다. 아버지는 군대 시절 담배를 배우셔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담배를 끊은 적이 없는 분이다. 한때는 하루에 두 갑도 넘게 피우는 ‘헤비스모커’였다. 당시 온 가족이 한 달을 설득해 조금 줄이시긴 했지만 여전히 아버지는 식사를 하고나면 담배 한 대씩은 꼭 태우셔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시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늘 걱정하셨다.
어느 날 TV에서 담배의 해악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시고는 더욱 담배를 끊어야 한다며 아버지를 설득하셨다. 그러나 아버지는 꿈쩍도 안하셨다. 다른 건 다 양보해도 담배는 양보 못하신다며 고집을 부리셨.

내가 육십년 가까이 살면서 사십년은 담배를 피웠는데 아픈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오히려 건강하면 건강했지. 그러다가 걸리면 그냥 죽어야지 별 수 있나. 오히려 담배를 못 피워서 받는 스트레스가 더 몸에 안 좋아! 다큐멘터리만 봐도 요즘에 스트레스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잖아? 그러니까 제발 내버려둬!”

아버지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술도 안 드시고 특별한 취미생활도 없이 일만 하시는 아버지에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은 오직 담배뿐이었던 것. 게다가 아버지는 유난히 건강상태가 좋으셔서 지금까지 심한 감기 한 번 안 걸린 분이셨다. 그러니 건강을 걱정하는 가족들의 설득이 먹힐 리가 없었다.

아버지는 손자를 위해 금연을 결심했다
다른 건 몰라도 담배 만큼은 안된다던 아버지가 손주를 위해 금연을 결심하셨다.

 

그랬던 아버지가 얼마 전 금연을 선언하셨다. 무슨 일 있냐고 여쭤봐도 아버지는 오로지 ‘끊어야겠다.’라는 말만 반복하셨다. 임신한 누나가 산후조리를 하러 집에 오겠다는 연락을 받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누나는 첫째 아이를 낳은 뒤 곧바로 이듬해 둘째를 가져 혼자서는 아이를 돌보기가 어렵다며 친정에 잠시 머물다 가겠다고 말했다.

누나가 집에 온다는 전화를 한 그날,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넌지시 말씀을 꺼내셨다. 여보, 이제 딸이 손자들 데리고 오면 만져보고 뽀뽀도 해주고 그럴 거 아니예요. 그런데 담배를 계속 피우면 이제 막 태어난 우리 손주에게 안좋지 않을까요?”

말 없이 생각에 잠기신 아버지는 돌연 금연을 선언하셨다. 당신 건강에 해롭다며 그렇게 설득을 해도 ‘금연 만큼은 절대 불가’였던 아버지의 마음이 이렇게 쉽게 바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리 가족은 아버지를 당분간 지켜보기로 했다.

예상대로 아버지의 담배와의 전쟁은 정말 고난의 연속이었다. 40년 세월을 습관처럼 피워오던 담배를 하루아침에 끊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식후, 자기 전, 심심할 때 태우던 친구 같은 담배가 없으니 하루 24시간이 심심하고 미지근하다고 말씀하셨다. 밥을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다며 폭식을 했고, 밤에는 잠이 안 온다며 밤공기를 쐬러 몇 번을 나가셨다. 입이 심심하다며 과자며 사탕을 사놓고 드시기 시작하던 아버지는 급기야 몸무게가 급속히 불어나기 시작했다.

둘째 조카의 초음파 사진이다
둘째 조카의 초음파 사진

금연센터의 도움을 받아보라고 권해드려도 아버지는 스스로 끊어야 한다며 극구 사양하셨다. 결국 본인의 의지가 없으면 금연을 도와줘도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아버지는 힘들어 보였지만 내색은 안하셨다. 금연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아버지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포기할고 싶은 생각이 든다. 사는 게 정말 지옥이야 지옥.”이라며 한계를 느끼시는 듯했다. 평생 힘들어도 힘들다는 말 한 마디 안하시던 아버지다.

그렇게 금연 50일이 되던 날, 우리 가족은 아버지의 금연 50일 기념해 소고기 파티를 열었다. 지쳐있는 아버지에게 기운을 북돋아주자는 의미였다. 아버지는 ‘뭘 기념씩이나 하냐.’며 쑥스러워 하셨지만 기분은 좋아 보이셨다. “우리 손주가 태어나기도 전에 효도한다.”며 어머니도 흡족한 표정을 지으셨다.

금연을 시작한 지 넉 달이 지난 지금, 아버지의 혈색은 눈에 띄게 좋아지셨다. 담배를 멀리한 효과인지는 몰라도 그간의 고통을 건강으로 보상받는 듯 보였다. 아버지는 지금도 담배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젠 담배 쉽게 끊으면 다 금연하게? 이렇게 힘들게 끊어야 하니까 금연이 힘들다는 거지.”라며 금연의 의지를 불태우신다.

얼마 전 곧 태어날 둘째 조카의 초음파 사진을 받았다. 그 사진이 아버지에겐 어떤 말도 필요 없는 동기 부여가 되는 듯 보였다. 여전히 식사를 하고 난 뒤엔 담배 한 대가 생각난다는 못말리는 아버지이지만 조카가 태어나면 그런 아버지의 마음에도 자연스럽게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류태종
정책기자단|류태종rtg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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