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죽어도 담배는 피우시겠다던 아버지가 변했다[5월 가족사랑의 달|가족이라서 고마워 ②] 둘째 조카 초음파 사진에 ‘담배와의 전쟁’ 선포
그랬던 아버지가 얼마 전 금연을 선언하셨다. 무슨 일 있냐고 여쭤봐도 아버지는 오로지 ‘끊어야겠다.’라는 말만 반복하셨다. 임신한 누나가 산후조리를 하러 집에 오겠다는 연락을 받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누나는 첫째 아이를 낳은 뒤 곧바로 이듬해 둘째를 가져 혼자서는 아이를 돌보기가 어렵다며 친정에 잠시 머물다 가겠다고 말했다. 누나가 집에 온다는 전화를 한 그날,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넌지시 말씀을 꺼내셨다. “여보, 이제 딸이 손자들 데리고 오면 만져보고 뽀뽀도 해주고 그럴 거 아니예요. 그런데 담배를 계속 피우면 이제 막 태어난 우리 손주에게 안좋지 않을까요?”
금연센터의 도움을 받아보라고 권해드려도 아버지는 스스로 끊어야 한다며 극구 사양하셨다. 결국 본인의 의지가 없으면 금연을 도와줘도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아버지는 힘들어 보였지만 내색은 안하셨다. 금연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아버지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포기할고 싶은 생각이 든다. 사는 게 정말 지옥이야 지옥.”이라며 한계를 느끼시는 듯했다. 평생 힘들어도 힘들다는 말 한 마디 안하시던 아버지다. 그렇게 금연 50일이 되던 날, 우리 가족은 아버지의 금연 50일 기념해 소고기 파티를 열었다. 지쳐있는 아버지에게 기운을 북돋아주자는 의미였다. 아버지는 ‘뭘 기념씩이나 하냐.’며 쑥스러워 하셨지만 기분은 좋아 보이셨다. “우리 손주가 태어나기도 전에 효도한다.”며 어머니도 흡족한 표정을 지으셨다. 금연을 시작한 지 넉 달이 지난 지금, 아버지의 혈색은 눈에 띄게 좋아지셨다. 담배를 멀리한 효과인지는 몰라도 그간의 고통을 건강으로 보상받는 듯 보였다. 아버지는 지금도 담배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젠 “담배 쉽게 끊으면 다 금연하게? 이렇게 힘들게 끊어야 하니까 금연이 힘들다는 거지.”라며 금연의 의지를 불태우신다. 얼마 전 곧 태어날 둘째 조카의 초음파 사진을 받았다. 그 사진이 아버지에겐 어떤 말도 필요 없는 동기 부여가 되는 듯 보였다. 여전히 식사를 하고 난 뒤엔 담배 한 대가 생각난다는 못말리는 아버지이지만 조카가 태어나면 그런 아버지의 마음에도 자연스럽게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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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사랑을 전달하는 천사들의 집~!
글쓴이 : 호박조우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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