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정책기자

[스크랩] 99세 치매 노모 모시며 느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혜택

조우옥 2015. 5. 28. 16:49

99세 치매 노모 모시며 느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혜택

4년간 혜택 받아보니 경제적 부담뿐 아니라 불안한 마음 사라져

“얘야! 느그 아버지 밥은 잘 드신다냐? 언제 집에 오신다냐?”
“엄니! 아버님은 큰오빠 집에서 잘 계셔요. 요즘에 좀 바빠서 다음에 오신대요.”

필자와 어머니(이필남, 99세, 여월동)가 나누는 일상 대화다.
치매 3급인 어머니는 48년 전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님이 살아계신 줄 알고 보채신다. 비록 치매 때문에 사리판단이 부족하지만 연로한 어머니의 성화라도 들을 수 있어서 고마운 마음이다. 어머니 곁을 지키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바로 천국이다.

흥겨운 잔치 한마당에서 손에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는 어르신들.
흥겨운 잔치 한마당에서 손에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는 어르신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가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 보호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도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 만족도 89.1%로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치매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세대를 위한 제도이다. 연로한 어르신들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 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한다. 노후의 건강 증진 및 생활 안정을 도모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노후 삶의 질을 향상하도록 시행하는 사회보험제도이다.

 

올해로 99세인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필자 역시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을 4년 동안 받아보니 좋은 제도라는 것을 절실하게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필자는 99세 어머니를 모신 지 19년이 됐다. 6년 전부터 연로한 어머니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잠시 외출하고 돌아오면 어머니가 가스 불을 틀어놓고 냄비를 까맣게 태워서 불안했다. 혹여나 집에 화재가 발생하는 건 아닐까 걱정하며 헐레벌떡 달려가곤 했다.

수돗물을 한없이 틀어놔서 화장실이 온통 물바다로 잠겼던 순간도 있었다. 아버님을 기다리는 마음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대문을 활짝 열어놓기도 했다. 한밤중에 온 집안 불을 환하게 밝히고 손님을 맞이해야 한다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아버님 오시면 드린다고 떡과 과자를 숨겨놓아 새까맣게 곰팡이가 핀 음식을 보관하기도 했다.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시켜드릴 수가 없었다. 연로한 어머니가 잠시라도 홀로 계실 때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요양원에 거주하는 어르신의 정서적 안정을 위하여 그림을 그리는 중
요양원에 거주하는 어르신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그림 그리기를 하고 있다.

 

어머니의 상태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걱정을 나눴다. 때마침 요양원을 운영하는 지인의 소개로 연로한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보니 치매 진단이 나왔다. 2000년 5월에 보험공단에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신청했다.

장기요양인정 신청서와 병원에서 발급받은 의사 소견서를 보험공단에 제출했다. 담당자가 가정으로 방문해 어머니의 상태를 일일이 체크하며 대화를 나눴다. 생년월일, 현재 거주하는 동이름, 대통령 이름, 계절, 거동 확인 등을 철저하게 조사한 결과 치매3급 인정을 받았다.

요양보호사가 1일 4시간씩 가정으로 방문해 돌봐주는 재가노인복지 서비스를 신청했다.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으니 잠시 외출할 때도 늘 불안했던 마음이 사라졌다. 처음엔 낯을 가리던 어머니가 4년 동안 정성스럽게 보살피는 요양보호사와 이제는 정겹게 지낸다.

요양보호사는 어머니를 위해 점심식사와 화장실 용무도 챙겨드리며 매일 4시간씩 수고를 한다. 사랑의 대화를 나누며 가족처럼 친구처럼 어머니의 따뜻한 동행자로 곁을 지켜주고 있어 늘 감사한 마음이다. 금전적으로 적은 액수를 지불하고 요양보호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기에 경제적인 지출 걱정에서도 벗어날 수 있어 흡족하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하여 식사도우미로 활동하는 모습도 정겹게 보이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해 식사도우미로 활동하는 모습.
사회복무 요원이 어르신을 위하여 동화책 읽어드리기 봉사활동에 나서기도
사회복무요원이 어르신을 위해 동화책 읽어드리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권복순(54세) 씨는 “처음 6개월 동안 어르신과 얼굴 익히기가 어려웠어요. 4년 동안 꾸준히 서비스를 하다 보니 이제는 ‘어머니’라고 부를 정도로 정이 들었어요. 처음엔 경제적인 목적으로 일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생전에 못다한 내 부모님을 생각하며 어르신께 정성을 다해 효를 올린다는 마음으로 요양보호사 활동을 하고 있어요. 한 번 맺은 인연 돌아가실 때까지 가족처럼 동행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자식된 도리로 부모님을 모시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핵가족으로 변모하면서 대가족의 끈끈한 정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 모든 사랑과 열정을 쏟아서 자식의 성공을 기원하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 자식이 사회적 기반을 잡고 살만하면 어느덧 부모는 병들고 초라한 노년의 길로 외로움을 삼키며 쓸쓸한 생을 이어가야만 하는 슬픈 현실이다.

예전에는 요양원하면 자식에게 버림받아 쫓겨나는 곳이라고 꺼렸던 것이 국민적인 정서였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어르신을 요양원에 보내지 못하는 가정이 많았다. 그러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실시 7년이 지난 지금은 시민의식이 많이 바뀌었다. 어르신들 당사자도 요양원에 거주하는 것을 오히려 편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

에덴요양원 김매화이사장(우)과 함께 두 손을 마주잡고 정겨운 대화를 나누는 어르신
에덴요양원 김매화 이사장(우)과 함께 두 손을 마주잡고 정겨운 대화를 나누는 어르신.

 

에덴요양원에 거주하는 김 모(89세) 어르신은 “아들 3명이 외국에 거주하고 있어 같이 살기가 힘들어요. 요양원에 있으면 봉사원들이 찾아와서 밥도 먹여주고, 흥겨운 잔치와 그림 그리기, 책 읽어주기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줘서 좋아요. 홀로 쓸쓸하게 노년을 보내는 것보다는 요양원에 들어와서 생활하는 것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에덴요양원 김매화(57세) 이사장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부모를 요양원으로 모시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맞벌이를 해야 경제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젊은 세대들도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을 갖고 있죠. 부모를 제대로 모시지 못하는 입장에서 어르신을 방치하고 있는 것보다는 전문 교육을 받은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들의 케어 속에서 노후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제도가 필수라고 생각해요.”라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좋은 점을 설명했다.

요양원을 방문한 봉사원들과 함께 애틋한 정을 나누며
한 어르신이 요양원을 방문한 봉사원들과 함께 애틋한 정을 나누고 있다.

 

보건복지부 발표(14년도)에 따르면 노인요양서비스를 받는 보호자의 78%가 어르신의 건강이 호전됐다고 응답했다. 또한 90.5%가 수발부담이 줄었다고 했다. 응답자의 92.2%가 가족의 사회 경제 활동에 도움이 됐으며, 그 결과 92.1%가 주변에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장수시대를 맞아 인간 수명이 120세를 바라보고 있다. 치매를 앓고 있는 부모를 모시는 일 때문에 가정 파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제 노인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사안이 됐다. 국민의 행복을 추구하는 정부 3.0시대에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반드시 필요한 제도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우옥
정책기자단|조우옥woory10@hanmail.net
나의 묘비명에 쓰고 싶은 글 - 이웃사랑 봉사활동에 앞장 선 호박조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이 세상을 다녀가다. 내 곁을 지켜 준 모든 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출처 : 사랑을 전달하는 천사들의 집~!
글쓴이 : 호박조우옥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