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생방 훈련
너 대체 정체가 뭐니?
일반적으로 화생방 훈련이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뭘까? 많은 사람들이 방독면을 착용하는 ‘가스실습’을 주로 떠올린다. 특히 화생방을 받고 몸에서 있는 온갖 구멍에서 눈물 콧물을 떠올리기도 한다. 즉 화생방 하면 그동안 방송에서 나왔듯이, 고통스러운 장면부터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화생방 훈련의 ‘가스실습’은 화생방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훈련의 일종이다.
즉 화생방 훈련의 전체를 뜻하는 바는 아니다. 화생방 훈련은 가스실습을 통해 고통받는 모습만 생각하면 안 된다. 화생방 훈련 전체 과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보호의 착용 및 상황조치, 제독 및 관련 약품에 관한 교육을 받는 화학전을 대비하기 위한 훈련 전체를 포함하는 훈련이 곧 화생방 훈련의 정확한 개념이다.
화생방 훈련의 본질
신속하게 정확하게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화생방 훈련의 본질적인 개념을 보면 그 과정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즉 고통받는 화생방의 모습보다도 방독면뿐만 아니라, 갖가지 보호장구를 차는 훈련의 과정이 화생방 훈련에서는 더 중요하다. 화생방을 직접 경험해보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직접 가스실에 입장하여 가스를 마시는 시간은 짧다.
오히려 방독면을 제대로 쓰는 법, 그리고 화학무기에 맞서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과정에 대한 연습을 더 많이 한다. 예비군 훈련장에서도 정확하고 빠른 시간에 화생방의 방독면을 쓰는 훈련을 주로 한다. 이렇듯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어쩌면 당연하다. 화생방 훈련 때, 경험하는 가스보다 실제 존재하는 화학무기는 엄청 다양하다.
이 때문에 정확하게 방독면을 쓰는 훈련을 시행하는 건 꽤 중요한 일이다. 방독면뿐만 아니다. 피부를 손상시키는 화학무기일 경우에 대비해 신발과 장갑을 착용하는 훈련 역시 중요하다. 화생방 훈련에서는 정확하면서 신속하게 장비를 착용하는 일이 훈련의 본질인 셈이다.
대다수 선택은 행군
그만큼 가장 어려운 훈련. 바로 화생방 훈련
화생방 훈련의 기본은 상하 보호의 세트를 착용해야 한다. 더불어 보호 장갑, 보호 덧신까지 착용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전체적인 장비로 훈련실습이 이뤄지는 총체적 단계가 화생방훈련이다. 가끔 훈련 상황이 되면 방독면과 보호의 상, 하의 그리고 장갑, 덧신을 빠르게 착용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 그때마다 화생방 가스실습장에 들어가는 건 아니다.
이렇게 기본적인 착용훈련을 몇 차례 한 뒤, 입장하는 곳이 바로 가스실습장이다. 가장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난이도가 높은 훈련이 가스실습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도 훈련병 시절이 생각난다. 훈련소 시절, 화생방을 하고 행군을 했는데 많은 훈련 동기들이 둘 중의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행군을 택할 정도였다. 그만큼 화생방은 강렬하고, 다시 겪고 싶지 않은 훈련 중에 최고로 손꼽힌다.
화생방 훈련
도대체 왜 하는 걸까?
이토록 힘든 화생방 훈련을 왜 하는 걸까? 간략하게 말하면 전시상황에서 적의 생화학 무기를 대비하여 사전에 훈련을 위해서이다. 우리의 주적이라고 말하는 북한은 이미 화학전에 대해 세계 1위라고 불릴 정도로, 전력이 막강하다. 화학전은 꽤 치명적이다. 최근에 일어난 텐진항 사건만 보더라도, 화학무기의 위력은 실로 엄청나다. 전쟁의 역사나 세계의 이슈에서도 그 활약과 파급력은 컸다.
화학 기술의 궁극이라고 불리는 원폭이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일본의 지하철에서 청산가리 사건은 화학의 무서움을 제대로 보여준 사건이기도 했다. 화학전에 잘 대비하는 이유는 또 있다. 치명적인 화학무기에 제대로 대비하지 않는다면, 전쟁 시 제대로 싸워보기 전에 전멸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대비만 잘하면 극복할 수 있기 때문에 훈련이 필요하기도 하다.
화학전에 제대로 장비를 갖추고, 태세를 취한다면 큰 피해를 당하지 않는 점 때문이다. 특히 화학전에 노출될 시, 보호장구를 잘 착용하며 버티다가 중화반응을 일으키는 제독을 통해 화학전에 피해를 피할 수 있다. 즉 화생방 훈련을 잘함으로써, 초동대처를 잘해 화학전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
CS 가스와 만날 시간
화생방 훈련 시작부터 종료까지
생생했던 필자의 화생방 훈련 수기
화생방 훈련의 실체를 이제 직접 만나볼 시간이다. 기본적인 장비 도구를 착용하는 훈련 뒤, 본격적으로 가스실습장으로 훈련생들은 이동하게 된다. 가스실습장에 들어가지도 않았지만, 그동안 들었던 화생방 훈련의 무서움 때문에 입장도 전에 많은 훈련병들이 떨기 시작한다. 그 두려움은 더욱더 증가한다. 이유는 나보다 먼저 가스실습장에 들어갔을 뿐인데,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고 살려달라고 달려 나오는 앞 조의 훈련생들 때문이다.
그렇게 두려움을 직접 목격한 채, 자신의 조 차례가 오게 되면 가스실습장 문 앞으로 이동하게 된다. 여기서 두려움 한층 더 증폭된다. 멀리서 희미하게 들렸던 앞 조의 울부짖음과 숨이 턱턱 막혀오는 신음이 생생하게 들리게 된다. 곧 자신도 그럴 상황에 처하기 일보 직전이라는 생각에 공포감은 극대화된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드디어 지옥의 문이 열리듯이 허름한 가스실습장의 문이 열린다.
들어서자마자, 누군가가 갑자기 기침을 심하게 하기 시작한다. 왜 그런 걸까?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벌써 가스를 마신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때, 조교의 목소리는 더욱더 커진다. 하지만 자신의 방독면에서 한 번 울린 소리보다 콜록거리기 시작해서, 허리를 반쯤 굽혀 콜록대는 소리를 내는 동기 때문에 잘 들리지 않는다.
아직 CS 가스는 느껴지지 않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CS 가스와 만날 시간이 다가온다. 조교의 지시에 따라, 방독면의 정화통을 신속하게 분리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건 협동심이다. 정화통을 분리하기에는 그냥 돌리면 쉽지만, 다시 부착할 때 홈 구멍이 맞지 않으면 헛바퀴를 돌면서 다시 맞추기 힘들다. 그래서 옆의 동기끼리 상대편의 정화통을 잘 맞춰 끼워줘야 한다. 쉽지는 않다. 정화통를 땔 때부터 주변에서는 처음 경험한 CS 가스 때문에 기침과 비명이 방독면의 울림소리로 변형되어 가스실습장을 가득 채운다.
다시 채워진 정화통을 통해 잠시나마 좋은 공기에서 숨 쉴 수 있는 걸 감사하게 느낀다. 하지만 진짜 본 게임은 지금부터다. 바로 방독면을 아예 벗는 순간이 다가온다. 그전에 정화통을 제거할 때, 사실 괜찮은 사람도 있다. 화생방 훈련 시작 전에 CS 가스가 신체적으로 내성이 있는 사람도 있다고 조교들은 말한다. 정화통을 제거해도 기침 하나 하지 않아서, 나 역시 그런 행운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을 유지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정화통 탈부착 과정을 끝내고, 방독면 자체를 벗는 순간에 CS 가스와의 제대로 된 만남을 할 때까지였다. CS 가스는 갈고리 모양으로 생긴 입자라서, 피부에 달라붙어 피부를 일단 따갑게 한다. 그 뒤 기도에도 들어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게 만들고, 온갖 구멍에서 분비물이 나오게 만든다.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이때 조교는 야속하게도 군가를 부르게 한다. 군가를 제대로 우렁차게 못 부르면 머무르는 시간이 더 증가한다. 이때 전우애를 느끼게 된다. 옆 동료와 어깨동무를 하며 힘들더라도 빨리 나가야 한다는 생각하에 노래를 부르면 그 뒤에 지옥을 빠져나오게 된다.
천국을 만날 시간
팔을 벌리고 얼굴을 절대 만지면 안 된다.
가스실습장을 나와서도 훈련의 연속이다. 지옥 같았던 화생방 훈련을 끝나고, 손을 벌리고 뛰어나와야만 한다. 이때 손을 벌리는 이유는 얼굴을 손으로 만지게 하지 않기 위해서다. 손으로 얼굴을 만지면, 얼굴에 묻어있는 갈고리 모양의 CS 가스 때문에 상처가 나서 큰일이 날 수 있다. 손을 대지 않고, 바람에 날려 보내야만 다치지 않는다. 그 후 얼굴을 물로 씻어내야 한다. 이때까지도 얼굴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 여기까지 완벽하게 수행한다면 화생방 훈련이 끝난다.
<사진 출처: 국방일보>
< 취재: 청춘예찬 대학생기자 이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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