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아들이 공군에 지원을 한다고 하여 내가 예전에 지원했던 때와 얼마나 바뀌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요즘 복무 개월 수는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으로 병무청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유연히 군 생활
수기 응모를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남들과 다른 군 생활을 한 것도 아니고, 바로 위 고참
4명에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힘들게 얼차려 받은 기억만 나는데 ‘뭘 이런 걸 쓰나...’하며 지나쳤다.
며칠 뒤 아버지의 권유로 공군(항공소방)을 선택하여 군 생활을 하고, 현재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나를
뒤돌아 보면서 그 시절 아버지께 못했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지금 병역을 앞두고 걱정하는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나의 오랜 기억을 떠올려 본다.
나의 대학 진학은 아버지의 권유로 소방학과를 선택하게 되었다. 1학년을 마치고 대한민국의
남자들에게 찾아오는 예외 없는 병역의무! 그것 또한 나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 같은
공군(항공 소방)으로 결정하여 지금 까마득한 후배들이 공군에 입대하는 것처럼 지원서를 제출하고
필기시험을 준비하고 합격의 기쁨과 함께 진주로 입대를 했다. 기본 군사교육과 소방특기교육을
이수 후에 훈련소의 모든 성적을 감안 본인 희망 순으로 부대를 배치한다고 하여 나는 집이랑
가까울듯한 15B(우리나라 대통령의 외국방문과 국빈 방문 시 이용되는 전용 비행장이기도 한 곳)
소방중대를 지원, 30개월 복무할 부대에 배치가 되었다. 넓은 활주로와 가까이에서 보는 전투기들이
나를 더 긴장하게 했고, 빨강색의 여러 소방차들은 내 심장박동을 더 빠르게 했다.
항공 구조와 항공소방이 구분되어 중대는 20명 정도의 고참들과 함께 군 생활을 시작했다. 나의 주특기
항공소방병이 하는 일을 간단하게 소개하면 평상시 임무는 ‘대기’라고 할 수 있다. 정해진 장소에
소방차 안에서 긴장된 눈으로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넓은 활주로를 지켜봐야 하고, 비상대기실에서 또
다른 화재나 구조요청에 대비하여 ‘대기’를 한다. 마치 도약을 위해 움츠러드는 용수철처럼, 언제든
불과 맞서 싸우기 위해... 그리고 불을 끄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아예 불이 나지 않게 하는 예방이
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었다. 넓은 비행단 전역을 샅샅이 돌며 각종 소방시설을 점검․관리하고,
각종 전열기 등 화재 위험요인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함은 물론 소방차 정비, 물 호수 감아 놓기 등등
모든 기계의 안전 점검도 우리들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우리 소방구조중대의 담당구역은 기지 안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민간 화재 발생 시 진압 지원, 대민
유대강화를 위한 지원도 소방중대의 할 일이었다. 그중에 가장 기억이 남는 사건은 삼풍백화점 붕괴!
내가 병장 때 우리 중대도 그곳에서 구조작업에 동참하게 되었다. 처음 도착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수라장이 된 넓은 곳 여기저기에서 한 명의 소중한 생명이라도 찾기 위해 두려운 마음도
잠시 뒤로한 채 수색작업에 열중하여 저녁 부대복귀 지시를 받고서야 땀으로 범벅이 되어버린 서로를
발견하고, 최선을 다한 내 자신에게, 또 내 가슴속에 뜨거운 가슴 벅찬 무언가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러한 가슴 벅찬 보람과 사명감 때문이었을까... 처음에 아버지의 조언과 권유에서 시작했던 나의
진로가 군 복무 후에는 내가 해야 하는 일, 천명인 듯한 생각이 들어 내 스스로 선택을 하여
소방공무원을 준비하였고 당당히 합격하여 현재는 소방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 소방관이 되었을 때가 기억이 난다. 불이 가장 많이 난다는 곳으로 발령이 되었고 우리 부모님과
가족은 정말 많이 걱정을 했다. 그 해 겨울 민간인일 때는 그렇게 불이 많이 일어나는 줄 몰랐는데 정말
매일 출동을 해서 얼굴은 까맣고, 겨울임에도 몸에서는 수증기가 모락모락 오르고, 우리 어머니는 아들
옷에서 탄 재 냄새가 늘 난다면서 맘 아파했던 것이 기억난다. 하지만 나는 군 생활에서 실전․실습훈련을 통해 몸에 익힌 소중한 경험들을 살려 나의 동기들보다 능숙하게 일처리를 했고, 나의 선배 소방관의
말처럼 ‘신규가 몇 년된 선배처럼 잘 하네! 전 경력이 있나?’ 칭찬까지 받으며 지금까지 보람있는 소방관
생활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국방의 의무로 군복무에 들었지만, 프로정신으로 똘똘 뭉쳐 현재를 보내고 있는 나를 보며,
오늘도 소방차에서 빛나는 눈으로 전방을 주시하며 ‘대기’하고 있을 까마득한 내 후배 항공소방병들의
노력과 보람이 그들에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소중한 ‘대기’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어차피 피할 수 없이 다녀와야 할 의무가 현실이라면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여
도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이 한 군 복무와 내가 선택하여 도전한 군
복무는 크게 다를 것으로 본다. 짧은 시간이지만 후자는 무엇과 바꿀 수 없는 경험이 있고
실력을 다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청춘의 도화지에 멋진 군복무로 미래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가 모든 후배들에게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젊은 후배들에게 파이팅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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