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정책기자

[스크랩] 초기 대응만 잘 해도…지하철 화재 모의훈련 가보니

조우옥 2015. 3. 12. 18:09

초기 대응만 잘 해도…지하철 화재 모의훈련 가보니

평소 지하철역 비상대피 안내도 숙지해야…외부 직통 비상계단 승강장 양끝에

[경기 부천] “불이야~! 지하철역 내 화재와 유독가스로 긴급 상황 발생~! 모든 시민들은 비상구를 통해 안전하게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승강장에 있던 시민들이 지하철 역무원의 안내에 따라 비상구를 통해 신속히 대피한다. 국민안전처는 7일, 서울지하철 주요 역사에서 화재와 유독가스에 대비한 유관기관 합동 모의 훈련을 실시했다. 지하철에서의 화재 사고 발생 시 유독가스로 인해 많은 인명 피해를 입을 수 있기에 신속한 초기 현장 대응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지하철 안전부주의사고 발생 시 비상벨을 눌러주세요!
지하철 안전부주의사고 발생 시 비상벨을 눌러주세요!

지하철 화재 발생 시 초동 대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2003년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의 경우 초기 대응에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참사는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 정차한 전동차에서 정신지체 장애인의 방화로 일어난 사건으로, 사망자 192명에 부상자가 151명이나 발생한, 세계에서도 두 번째로 큰 사고였다.

당시 신속한 현장 대응으로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사고가 난 1080 열차를 역내로 진입시키지 않았다면 소중한 생명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엄마~! 살려주세요!” 애원하는 아들, 딸들의 마지막 목소리를 들어야만 했던 부모의 찢어지는 심정은 얼마나 애가 탔을런지. 뉴스를 보면서 필자 또한 눈물과 한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서 수많은 인명피해를 낳았던 안타까운 사고였다.

지하철 비상 대피 안내도를 숙지하세요
평소 지하철 비상 대피 안내도를 숙지하세요!

반면, 2014년 5월 지하철 도곡역에서 발생한 화재의 경우 신속한 초동 대응으로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불길이 열차 내부로 번졌음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초동 대처로 대형 참사를 막아낼 수 있었다. 역무원들은 “불이야~!”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는 신속하게 비상벨을 누른 뒤 승객들과 함께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했다. 비상벨을 들은 전동차 기관사는 즉시 관제센터에 보고한 뒤 후행 전동차 정지 및 대피유도 안내방송을 실시해 승객 370명을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었다.

필자는 지난 2년간 부천시 재난안전 시민 모니터요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런 초기 대응의 중요성에 대해 수십 번도 더 들었다. 또 평소 시청사, 스포츠경기장, 대형 공장 등 안전부주사고 발생 여지가 높은 공간에서 화재 예방을 위해 민·관·군 합동으로 펼치는 사전 모의 훈련에도 동참해 비상 시 신속하게 대피하는 요령을 숙지하고 있는데, 이번 모의훈련에 참여한 것도 재차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비상시 사용할 수 있도록 보호장비로 랜턴을 구비해 놓았어요
지하철 역사마다 비상 시 사용할 수 있도록 랜턴을 구비해놓았다.

이날 지하철 유독가스 모의 훈련은 평소 필자가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 7호선 까치울역과 부천종합운동장역에서 진행됐다. 나인호 안전담당자의 안내를 받으며 이 두 지하철역의 승강장과 비상탈출구를 둘러봤다.

우선, 까치울역에는 비상대피로가 2곳, 승강시설이 엘리베이터 2대, 에스컬레이터 8대, 출입구 5곳이 있었다. 역사 내에는 화재나 기타 재해 발생에 대비해 비상 탈출 유도등이 바닥과 벽면에 설치돼 있었다. 비상 시 사용할 수 있는 보호장비로 외벽에는 비상 랜턴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았다. 천장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도 비상발전기를 통해 불이 들어오는 전등도 설치돼 있었다.

하루 8천 명의 이용객이 왕래하는 까치울역에는 화재에 대비한 방독면도 200개를 비치해 놓았다. 평소에는 방독면이 들어있는 캐비넷을 잠가놓는데 비상 시에는 모서리 4군데를 파손해 유독가스 발생 시 방독면을 꺼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해뒀다.

화재 발생시 유독가스 발생에 대비한 방독면을 200개 비치하고 있어요
화재 발생 시 유독가스 발생에 대비한 방독면을 200개 비치해 두었다.(까치울역)

이번 모의훈련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지하 승강장 끝부분에 외부로 바로 연결되는 비상 대피로가 설치돼 있다는 점이었다. 화재나 유독가스 분출시 지하공간의 승강장에서 개찰구로 올라가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에 대비해 양쪽 끝에 있는 비상계단(2~3분 내)을 통해 승강장(지하11.6m)에서 신속하게 지상으로 통할 수 있는 대피로가 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해 보였다.

역무원의 안내를 받아서 선로 옆으로 대피 할 수 있는 방법도 살펴봤다. 평소엔 잠겨있는 비상도어를 열어 전동차의 진입 여부를 확인해가며 역무원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안전하게 대피하는 방법이다.

승강장 양끝에 비상계단으로 된 탈출구가 있어요
승강장 양끝에는 외부로 바로 연결되는 비상계단이 설치돼 있다.
지하의 비상계단으로부터 지상으로 바로 연결된 통로를 알아두세요
지하의 비상계단으로부터 지상으로 바로 연결된 통로. 화재 발생 시 이 계단을 통해 신속히 대피할 수 있다.

한편, 지하철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 역사 승강장(지하17,6m)에는 비상대피로 2곳, 엘리베이터 4대, 에스컬레이터 16대, 출입구 5곳이 있다. 이곳은 하루 9천여 명의 이용객들이 왕래하는데 까치울역과 동일하게 200개의 방독면을 승강장에 비치해 놓았다.

이곳의 역무원들은 안전점검 비상대비 메뉴얼을 매일 숙지하고 있으며, 매월 4일마다 랜턴과 같은 보호장비를 수시로 점검한다. 역무원들은 ‘화재 발생 시 대합실에 있는 승객들은 최근접 출구로 인도해 신속하게 외부로 대피시키고, 승강장 고객은 화재 발생 반대쪽 끝단 비상계단을 통해 안전하게 지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선로 비상대피로는 역무원의 지시에 따라서 이동해야 됩니다
선로 비상 대피로는 역무원의 지시에 따라 이동해야 한다.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에서 시민을 만나 비상대피로에 대해 알고 있는지 인터뷰를 했다. 김숙자(61) 씨는 “7호선이 개통되면서 강남이나 잠실 방면으로 갈 때 시간이 절약돼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며 “안전대피로와 비상계단이 있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다.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모두 알려줘야겠어요.”라고 말했다.


최경준(25) 씨는 “비상계단이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 사고는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무관심했던 것 같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비상계단이 설치돼 있는 건 바람직한 일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경희(42) 씨는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야겠죠. 예전에 지하철 사고로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했을 때 너무 가슴 아팠다. 자식을 둔 엄마의 입장에서 더욱 그렇다. 안전대피로를 제대로 홍보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든 승객들이 확실하게 인식하도록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비상시 선로를 이용한 대피로 이곳을 이용할 때는 반드시 역무원의 지시를 따라야됩니다
비상 시 선로를 이용한 대피로. 이곳을 이용할 때는 반드시 역무원의 지시에 따라야 된다.

지하철 7호선의 안전대피로에 대해 대부분의 시민들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있다는 증거이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에서 전동차 비상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만 있었더라도 그렇게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하철 대합실에 들어서면 외벽에 안전 대피요령을 담은 설계도가 자세히 그려져 있다. 전동차에서 비상문을 수동으로 열 수 있는 방법도 자세히 안내돼 있으니 오늘부터라도 꼭 유심히 살펴보길 바란다.

 

조우옥
정책기자단|조우옥woory10@hanmail.net
나의 묘비명에 쓰고 싶은 글 - 이웃사랑 봉사활동에 앞장 선 호박조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이 세상을 다녀가다. 내 곁을 지켜 준 모든 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출처 : 사랑을 전달하는 천사들의 집~!
글쓴이 : 호박조우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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