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마을 골칫거리 ‘굴 패각’ 재활용 길 열렸다[생활경제 살찌우는 규제개혁 대표사례 10선] ① 굴 패각 매립규정 개정[경남 사천] ‘부르릉!’ 차 소리에 굴 작업 하우스에서 얼굴을 빼꼼 내민다.
역경의 삶을 대변하는 듯 주름진 얼굴이었지만, 온화하면서도 미소를 머금은 표정은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상을 연상케 했다. 남해안 패류 수출 여부를 결정할 미국 식품의약국(FDA) 실사단이 현장점검에 들어갔다는 뉴스에 굴 까는 할머니가 떠올랐다. 환경부가 굴 패각 매립규정을 개정하면서 재활용 길이 열렸다는 소식에 자연스레 발길이 이곳으로 향했던 것이다. 3월 중순, 다시 찾은 해안도로는 말끔했다. 예전에는 굴 껍데기가 여기저기에 쌓여 볼썽사나웠는데, 깨끗한 모습으로 바다와 벗하고 있었다. “할머니, 굴 껍데기가 안 보이네요. 하루에도 패각물이 만만치 않을 텐데….”라고 운을 떼자, “한곳에 모아두면 돼. 몰라, 누가 가져가는지.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겠지.”라며 별 관심 없이 대한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이젠 한시름 덜게 되겠네요. 굴 패각 재활용 길이 열렸으니까요.”라고 하자 순간 주름살이 펴진다. 굴 껍데기가 그들에게는 얼마나 애물단지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
마침 이곳을 찾은 이인숙(52, 진주) 씨는 할머니가 집어준 생굴을 입안 가득 머금은 채로 “깨끗한 해안가가 맑은 바닷물과 어깨동무하고 있는 것 같다.”며 개선된 연안 환경을 본 소감을 말한다. 그러면서 “역시 청정해역에서 캐낸 자연산 굴이라선지 달콤하다.”고 맛있게 품평한다. 환경부가 폐 패각을 공유수면 매립시설의 복토재로 사용 가능하도록 규정을 개정한 것이 어촌 환경을 깨끗하게 바꾸고 있었다. 그동안 굴 패각은 산업폐기물로 지정돼 폐화석 비료나 채묘용으로만 사용이 가능하고 매립은 불가능해 계속 쌓여만 있던 상황이었다. 규제 혁파의 위력이 현업 종사자에겐 희망을 지펴주는 불씨가 되고 있었다.
“할머니, 아르바이트나 일손 구해 쓰면 좀 편할 텐데요.”라고 거들자 대뜸 “무슨 소리냐? 아르바이트생은 엄두를 못 내지. 이 일을 하지도 않을뿐더러 할 수도 없어.”라며 “바쁠 때 일손은 일가친척이 총동원돼 도와주곤 하지.”라고 뭘 모른다는 듯 핀잔을 준다. 시집간 딸이 거들고, 어떨 땐 사돈까지 찾아와 도와준단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작년 굴이 한창 상한가로 치솟을 김장철 대목 때 딸과 사돈 등 여럿이 굴 까는 광경을 목격했기에 수긍이 갔다. 그래도 할머니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아들이 굴 양식업을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돕고있기 때문이다. 배로 5분 거리에 있는 바다 굴 양식장에서 아들이 굴을 따다 날라주면 어머니는 깐단다. “장대를 꽂아 줄을 쳐서 종패 10개씩 뭉쳐 놓았다가 ‘난’이 붙으면 한 개씩 내어 는다.”며 하루에 낮과 밤, 물이 빠지고 들면서 자연스레 굴이 자란다는 설명에 신기했다. 그렇게 성장한 굴은 김장철이나 설에 많이 찾는데, 그 때면 아침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꼬박 하루 12시간씩 굴 까기 작업을 한단다. 당연히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세도 몇 천 원정도 차이가 난다는 말도 덧붙인다.
11월 초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이어지는 굴까기 작업에 피곤할 만도 하지만 나름의 보람이 있다면 싱싱한 생굴을 도시민들에게 제공한다는 즐거움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당부한 말이 잊히질 않는다. “요즘 인터넷이 잘 깔려선지 몰라도 이 마을 곳곳이 통신망에 올려져 있다. 도시민들이 방문하는 건 마다하지 않지만 농작물을 훼손하고 바다를 오염시키는 행위를 볼 때면 씁쓸하다.”며 실망감을 자아낸다. “화가 날 때는 언제입니까?”란 질문에 “없다”며 단호히 잘라 말한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 “화를 내면 안 된다”라는 말에 순박함이 진하게 묻어난다. 어촌마을 사람들은 ‘손톱 밑 가시’처럼 불필요한 규제를 풀기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환경부의 규제 혁파로 굴 패각 재활용 길이 열린 걸 반긴다. 또한 자연을 오염시키는 만큼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는 걸 절감하기에 청정해역을 보전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어촌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은 잠시 스쳐가는 곳이라고 남의 일처럼 생각하지 말고 깨끗한 환경을 보전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는 할머니의 당부가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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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사랑을 전달하는 천사들의 집~!
글쓴이 : 호박조우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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