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정책기자

[스크랩] 꽃 향기는 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냄새일까?

조우옥 2015. 3. 17. 19:09

꽃 향기는 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냄새일까?

[특집 2월의 ‘문화가 있는 날’] ④ 금호미술관 ‘주목할 만한 시선 전’

[서울] 지난 2월 25일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이었다. 지난해 1월부터 이어져온 문화가 있는 날엔 시민들이 고궁, 미술관, 영화관 등 각종 문화시설에서 여러 가지 문화 프로그램을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

이날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필자는 서울시 종로구 사간동에 위치한 금호미술관을 찾았다. 국내 젊은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해온 금호창작스튜디오 10년을 기념해 ‘주목할 만한 시선 전’이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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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있는 날 찾은 금호미술관에서는 국내 젊은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해온 금호창작스튜디오 10년을 기념해 ‘주목할 만한 시선 전’이 열리고 있었다.

경기도 이천에 자리하고 있는 금호창작스튜디오는 2005년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들의 입주를 시작으로 2014년까지 젊은 작가 61명의 창작활동을 지원해왔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작품 활동을 돌아보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금호창작스튜디오에서 예술혼을 불살랐던 작가들 중 주목할 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10명을 선정하고, 그들의 작품을 미술관 지하1층부터 3층까지 7개 전시실에서 전시하고 있다. 전시는 3월 22일까지 열린다. 이날은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입장료를 50% 할인해줬다.

‘주목할 만한 시선 전’에서는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을까? 궁금증을 갖고 미술관에 들어선다. 예술이란 무엇일까. 막연히 어렵다는 생각 그리고 특정인들만이 누리고 향유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김상진 작가의 작품명
김상진 작가의 작품 ‘공기청정기’

더욱이 이번 전시는 단순히 아름답고 평온한 작품을 눈으로만 보고 즐기는 게 아니라 ‘작품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살펴보고 체험해보면서 느기는 자리’라는 사전 정보를 입수한 터라 미술관으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전시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작품은 금호창작스튜디오 9기 입주작가 김상진 씨의 작품 ‘공기청정기‘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절대적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인간의 인식체계에 대한 의심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우리가 향기롭다고 단정지어 생각하는 꽃 향기는 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냄새일까?’란 질문을 던진다.

유리 차단막 공간에 아름다운 꽃 수백 송이와 최첨단 기기인 공기청정기가 놓여있다.
향기로운 꽃들의 내음이 가득하지만, 꽃 향기를 악취로 판단한 공기청정기는 낮은 소음을 내며 꽃 향기를 무색무취의 공기로 걸러내고 있었다. 공기청정기의 판단은 옳은 것일까? 과연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수많은 원칙은 진실일까? 작가는 묻고 있다.

 

지희킴 작가의 작품명; 당신의 정원
지희킴 작가의 작품 ‘당신의 정원’

 

지희킴 작가의 북드로잉
지희킴 작가의 북드로잉

금호창작스튜디오 3기 입주작가인 지희킴의 북드로잉 작품또 눈길을 사로잡았다. 작가는 책이 넘쳐나고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텍스트가 솟구치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유학시절 언어의 장벽을 느끼며 작업했던 삽화 작업을 텍스트 위에 입혔다. 활자 가득한 책에서 꽃들이 피어나고 열매가 열리고 아름다운 아가씨의 눈물이 보인다. 수많은 사람들이 삶에 지치고 혹은 기쁨에 넘쳐나는 표정으로 살아나고 있다.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고 보는 이도 즐거워지는 작품을 살펴보면서 역시 두꺼운 책 속에 박혀있는 활자보다는 한 장의 사진이 주는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래서 예술의 힘은 위대하다고 하는 건가.

 

유목연 작가의 작품명; 모두를 위한 핑퐁테이블
유목연 작가의 작품 ‘모두를 위한 핑퐁테이블’

 

동그란 탁구대

유목연 작가의 작품인 핑퐁테이블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청소년들 (사진=금호미술관)

금호창작스튜디오 8기 입주작가 유목연의 ‘모두를 위한 핑퐁테이블’도 흥미롭다. 네모반듯한 탁구대를 상상했다가 통쾌하게 빗나갔다. 동그란 탁구대에 X자로 놓여있는 네트. 동그란 탁구대는 네등분됐다. 두 명 혹은 네 명이 탁구공을 주고받는 곳이 아니다. 세 명 이상이 탁구 경기를 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핑퐁테이블이다. 세상 모든 만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작가의 마음이 엿보인다.

세 명 이상이 함께 탁구 경기를 할때의 움직임을 계산하고 활동 공간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닌 모두가 즐기고, 모두가 챔피언이 되는 경기를 꿈꾸지 않았을까. 유목연 작가의 숨은 뜻을 헤아려본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이유는 세상의 강물을 나눠마시고 세상의 채소를 나눠먹고 똑같은 해와 달 아래 똑같은 주름을 만들고 살기 때문이라고 노래한 문정희 시인의 싯 구절이 문득 떠오른다.

 

김수연 작가의 작품명; 부산
김수연 작가의 작품 ‘부산’

 

금호창작스튜디오 1기 송명진 작가의 ‘느슨한 죽음’과 현실과 가상현실, 사진과 회화가 서로 대립하며 조화되는 사진작품을 출품한 금호창작스튜디오 5기 박상호 작가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다빈치, 미켈란젤로, 고흐, 밀레, 마네, 모네, 피카소가 보여주는 순수미술의 범주를 벗어나 주변의 모든 사물과 이야기들이 작품의 소재가 된다. 그 소재들을 그리고 자르고 모아서 새로운 작품으로 설치하여 삶과 죽음에 대한, 진실과 거짓에 대한, 비틀어진 사회현실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현대 미술이다. 관람객은 작가들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여유롭게 되새김질해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작품을 둘러보는 관람객
한 관람객이 김상진 작가의 작품 ‘공기청정기’를 관람하고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차인숙(28, 직장인) 씨는
“광화문 근처에서 직장을 다니다 보니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누릴 수 있는게 참 많아요. 이렇게 전시회도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고요. 보통 미술전 하면 수채화나 유화로 그린 그림을 생각하게 마련인데, 젊은작가들의 전시회라서 그런지 독특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 작품들이 많아서 새롭네요. 편하게 보는 회화전도 좋겠지만 우리들의 일상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돌아보는 이런 전시회도 좋아요. 점심 먹고 맛있는 커피한 잔을 마신 것처럼 뿌듯한데요.”라고 말했다.

홍기환(48, 직장인) 씨는 “설치미술이 많아서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재밌네요. 문화가 있는 날이라고 오늘은 입장료를 50% 할인해줘서 들어와봤는데 잘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말에는 아이들과 같이 나와서 둘러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서울시 종로구 사간동에 위치한 금호미술관에서 만난 ‘주목할 만한 시선 전’은 설치, 영상, 사진, 회화 등 다양한 표현기법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규칙이 있는 듯 하지만 자연스러운 설치미술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작품 속으로 빠져들어 하나의 풍경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오랜 만에 문화에 흠뻑 빠져본 시간이었다. 이젠 작품에서 나와 일상으로 돌아간다. 팍팍한 세상살이를 견딜 수 있는 에너지를 가득 충전하고서.


정책기자 황원숙(프리랜서) sinsa1962@hanmail.net

 

출처 : 사랑을 전달하는 천사들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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