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하나, 거울 하나가 바꿔놓은 안전[세월호 1주기│안전과 치유 ⑦] 3년 연속 안전도시 ‘관악구’ 둘러보니깨진 유리창처럼 사소한 것들을 방치해두면, 나중에는 큰 범죄로 이어진다는 ‘깨진 유리창 법칙’이 있다. 이는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필자는 관악구에 위치한 학교를 다니며 이 지역에서 살게된 지 1년이 채 안됐다. 그동안 관악구의 안전을 위해 누가,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관악구가 서울시에서 실시한 ‘안전도시 만들기’ 사업 평가에서 2012년부터 3년 연속 우수구로 선정됐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국민안전의 날(4월 16일)’ 특집 기사를 기획하면서 우리 구의 안전에 대한 노력이 어떤지 찾아보지 않았더라면 필자 역시 또 한 명의 안전 불감증자로 안전에 대해 무감각하게 지냈을지도 모른다.
평소 그냥 지나칠법한 관악구 골목길에서, 구민의 안전을 위해 ‘깨진 유리창’을 없애려는 여러 손길들을 보았다. 특히 20~30대 젊은 여성 비율이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고, 여성 1인 가구가 절반에 육박하는 관악구 행운동에서 관악구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행운동을 둘러보니 골목 어귀어귀마다 벽화가 그려진 집들을 볼 수 있었다.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범죄예방 디자인사업’ 셉테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의 일환으로, 마을은 하나의 화폭이 됐다.
그 일환으로 관악구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행운동 주민과 상인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행운동문화거리 사업팀이 ‘관악테라스’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행운동 벽화거리 ‘고백길’ 조성 사업을 진행해왔다. 행운동 벽화길인 ‘고백길’은 서울대입구역과 낙성대입구역 중간에 위치한 관악구 행운동주민센터 맞은편 계단길 언덕 뒷골목을 시작으로 관악중학교까지 이어진다. ‘고백’이란 콘셉트의 이 벽화길은 인근 재능기부 아티스트들의 참여로 독특하고 재미있는 그림들로 채워졌다.
다닥다닥 붙은 원룸 사이의 어둡고 좁은 골목, 어두운 주차장 때문에 심야에 걷기 무서웠던 행운동의 골목 환경은 LED 방범등이 불을 밝히고, 후면 반사경과 비상벨, 경광등이 곳곳에 설치되면서 이름처럼 행운이 가득한 곳으로 새단장됐다.
이런 노력 끝에 행운동의 절도율은 현저히 낮아졌고, 강간 같은 중대 범죄는 사라졌고 지역 주민이 느끼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도 10% 가량 감소했다. 무엇보다 작은 거울 하나, 굵은 노란 페인트 줄 하나, 대문에 붙어있는 ‘방문객을 쳐다보는 눈’ 표지판 하나가 범죄율 감소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 놀랐다.
관악구는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안전 모니터 봉사단’과 지역 ‘자율방재단’ 등 민간 방재조직도 활성화했다. 안전모니터 봉사단은 생활 속에서 일상적으로 발견되는 위해요소를 제보하고, 사고를 예방하고자 하는 모니터단이다. 구청장이 직접 생활형 도시 생활주택에 대해 일제히 화재 점검을 시행했고, 고시촌 비상 탈출장치 대피시설 점검 등 주요 취약 시설에 대해 직접 현장 점검을 시행하는 솔선수범을 보이기도 했다.
관악구청 안전관리과 주무관 황태선 씨는 “관악구 안전도시 만들기 사업의 핵심적 추구 방향은 한 마디로 ‘안전의식 살리기 운동’이다. 구청 직원들이 업무 중이거나 업무 외적인 상황에서도 항상 안전에 대해 의식적으로 깨어있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이번 취재로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해 여러 사람들의 마음과 손이 구석구석 펼쳐지고 있고, 이로 인해 관악구가 살기에 안전한 도시로 지켜지고 거듭났다는 점을 알게 됐다. 안전은 우리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앞장서 지켜나가야 한다는 점도 새삼 느꼈다. 사람들의 의식을 바꾸는 일, 특히 굳이 자신이 나서서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일들을 설득해 참여하도록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렵다. 관악구는 ‘안전도시 만들기 사업’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켜가고 있는 건 그래서 더 자랑스럽다. 이를 취재한 기자까지도 안전에 대해 재인식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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