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농사, 두 번 망하고 깨달았다.귀농인 이장, 그들 부부가 사는 법“이장, 상추 심는다며? 우리가 같이 심어줄게.”
이용석 이장은 귀농인이다. 2010년 7월, 그는 도시의 직장생활을 접고 귀농을 선택했다. “낚시가 좋아서 파로호 주변 마을로 정했다.”는 것 외에 뭔가 특별한 게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자세를 바로 잡았다.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특용작물 재배’ 또는 ‘귀농으로 제2 인생의 시작’ 등의 말을 기대했다. “늦둥이가 태어나는 바람에...” 뜻밖의 대답. 귀농 이유가 늦둥이 때문이란다. 귀농전 부인은 춘천에서, 이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흔히 말하는 주말부부였다. 매주 토요일이 되어야 찾는 집, 애틋한 그리움 때문이었을까? 그의 나이 40대 중반에 덜컥 아이가 생겼다. 늦은 나이에 얻은 아이는 매시간 그의 눈에 밟혔다. 이후 매일 춘천 집을 찾았다. 반복되는 서울까지의 새벽출근과 밤늦은 귀가. 차량 유류비도 만만치 않았다. 그것이 귀농을 앞당기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됐다. 토마토 농사, 두 번 망하고 깨달았다
그가 그려온 전원생활. 농사일을 낭만처럼 생각했다. 시간나면 강에 나가 낚시대 드리우고 세월이나 낚을 참이었다. 귀농 첫해, 토마토를 심었다. 주위 농가로부터 토마토를 심으면 돈을 벌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토마토 농법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었다. 그냥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토마토를 심었다. 보기 좋게 망했다. 지인들에게 선물할 정도의 물량도 얻지 못했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타 농장 견학도 하고 관련 서적을 탐독한 지식을 토대로 다음해 다시 도전했지만, 또 실패했다. “농사가 전문지식을 요하고, 엄청난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지 몰랐어요.” 오랜 상의 끝에 부부는 토마토 농사를 접고 보다 쉬운 작물로 바꾸기로 했다. 상추로 결정했다. 비교적 리스크가 적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두 번의 화려한 실패 때문일까? 부인 박선희(43) 씨는 상추농사 연구에 몰두했다. 토양분석 역할도 아내의 몫이었다. 때론 티격태격, 사소한 의견충돌도 많았다. 이듬해, 남들은 서울 가락동시장에서 kg당 1만원을 받을 때, 3천원을 받아야 했을 정도로 비참했다. 농사에 대한 회의, 그러나 점점 오기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역시 농사는 관행보다 공부가 최고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흙 상태에 따라 시비를 달리해야 한다는 것과 미생물의 중요성도 그 당시에 알았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되고 나서야 농업이란 것이 단순한 답습이 아니란 걸 깨달았단다. “경매 참여보다 덜 받더라도 식당 등지의 납품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것도 그 시기에 알았어요.” 경매에 참여하면 일단 27% 정도는 손해다. 운임비, 수수료 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용석, 박선희 표 유기농 상추. 소문이 나자 춘천 닭갈비촌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12,000원 정도 가격의 납품이지만, 가락동 시장에서 16,000원 받는 것 보다 더 이득이란다. 이용석씨가 이장이 된 사연
“사실 이장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왜냐면 외지에서 온 사람이 이장이 된 경우도 흔치 않거니와 농사일에 전념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귀농후 이용석 씨는 아무리 바빠도 마을회의엔 빠지지 않았다. 주민들과의 친밀감 외에 마을공동사업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느 날 마을회의에서 그는 ‘마을 보조금 관리’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분배형식이 아닌 공동발전에 대한 그의 견해. 마을 사람들의 의견은 반반으로 나뉘어졌다. 그 일을 계기로 2013년 이장으로 추천돼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다. 이장은 매년 12월, 대동회를 열어 선출한다. 평소 말씀이 없으시던 어르신이 그에게 ‘고생했다.’는 한마디를 건넸다. 연속 세번의 이장 제의를 거부할 수 없었던 이유란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코털이장이라고 부릅니다.” 이장이 된 후, 면에서 주관하는 첫 번째 회의. 외지에서 온 사람이 이장이 되었다는 것 외에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뭔가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되게 할 수 없을까. 외모의 변화가 떠올랐다. 코털을 기른 이유다.
이사 올 사람들에게 마을발전기금을 받기로 했다. 금액은 정하지 않았다. 1만원이든 그 이상이든 동참의식을 갖게 하자는 의도다. 어느 도시민이 마을로 귀농하면 임시회의를 연다. 주민들과의 소통, 마을에 대한 소속감을 갖도록 하자는 일종의 배려다. 인터뷰 내내 옆에서 말을 거들던 박선희씨. “더 들려줄 말은 없느냐?”고 물었다. “우리가 이사 와서 마을에 진짜 큰 변화가 있었어요.” ‘대체뭘까?’라는 내 눈빛이 재미있다는 듯 선뜻 말을 꺼내지 않는다. “처음 이사 와서 마을회의에 참석했는데, 여자들은 입도 뻥긋 못하게 하는 거에요. ‘여자들이 무슨...’ 이런 식이었죠. ‘여자들이 왈가불가 하면 남자들이 일을 못한다.’는 말을 노골적으로 하는 겁니다. 그런 편견이 어딨냐고 따졌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결국 그녀는 반란을 일으켰다. 이용석 씨가 이장으로 당선되자, 총무를 자청했다. 사무국장도 여성으로 뽑았다. 보란 듯이 일을 척척 해결하자 ‘여자들이 무슨’이란 수식어가 사라졌단다. “지금은 오히려 이장님 혼자 회의 나가면 총무와 사무국장 없이는 회의를 할 수 없다는 식이에요. 그것도 보람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기분은 좋아요.” 귀농,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
현장 귀농학교 운영, 영농기술 교육, 주택구입자금 지원, 정착 지원금 등 지자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귀농·귀촌인들에 대한 지원제도는 다양하다. 이에 대해 이용석 이장은 “지원제도에 대한 관심보다 귀농 후 구체적인 계획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리의 말 부탁에 그는 “재래 농법을 무시하자는 건 아니지만, 무조건 따라하지 말고, 늘 연구하고 공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며 “FTA를 막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교육 참여를 통해 다양한 농법을 습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지자체나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은 자칫 자부담 부분으로 인해 빚이 발생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며 “보조금이 공짜라는 생각으로 계획 없이 창고를 짓는다거나 능력도 되지 않으면서 무리하게 규모를 확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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