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정책기자

[스크랩] [세월호 1주기│안전과 치유 ⑨]‘2015 서울 안전체험 한마당’ 참관기

조우옥 2015. 4. 29. 12:29

놀면서 배우는 안전교육

[세월호 1주기│안전과 치유 ⑨]‘2015 서울 안전체험 한마당’ 참관기

“쓰러진 사람을 보면 어디에 전화를 해야 하죠?”
“119요!”
유치원생들의 씩씩한 목소리가 한낮의 햇살아래 울려 퍼졌다. 자기보다 큰 더미인형을 고사리 손으로 누르는 아이들을 보며 지나는 사람들의 입가에도 웃음꽃이 피어났다.

‘서울 안전체험 한마당’에서 아이들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있다.
‘서울 안전체험 한마당’에서 아이들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24일부터 3일 동안 진행된 ‘2015 서울 안전체험 한마당’ 모습이다. 여의도공원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어린이들은 병아리처럼 모여 다니며 생활 속 안전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얼마 전 심폐소생술을 배운 초등학생이 쓰러진 행인을 구했다. 심폐소생술 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던 뉴스 덕분에 ‘4분의 기적’이라 불리는 심폐소생술 체험 프로그램의 줄이 길었다.

점심시간에 우연히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을 하고 있던 직장인 이석용(35) 씨는 “초등학생이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나서 사람을 살렸다던데, 이런 교육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며 아이들의 서툰 손놀림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종합안전체험축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서울 안전체험 한마당’ 행사는 화재나 지진, 선박사고와 같은 큰 재난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법 뿐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아이들이 직접 찾아볼 수 있게 했다.

화재안전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이들이 소화기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화재안전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이들이 소화기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한편에서는 ‘골든타임 잡는 골든 액션’이라는 이름의 화재안전 프로그램이 한창이었다. “왼손을 들어보세요.”라는 소방관아저씨의 말에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 보며 한참을 고민하던 아이들은 온 힘을 다해 소화기를 잡고 물을 뿌렸다.

 

아이들은 연기가 가득한 모형터널을 지나며 화재 대피방법 교육을 받고, 소방차로봇 ‘로이’와 함께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는 관창모형의 물총을 쏘며 화재를 진압하는 연습을 했다.

완강기 체험에 참가한 아이가 줄을 타고 내려오고 있다.
완강기 체험에 참가한 아이가 줄을 타고 내려오고 있다.

 

화재발생시 대응 및 대피방법 등 행동요령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에서는 완강기 체험이 진행됐다. 아이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두 팔을 벌리고 2m 높이의 벽을 내려왔다.

“아이들이 너무 예쁘지 않나요? 우리 아이들을 키울 때는 공부만 시킨 것 같은데, 요즘에는 이런 프로그램도 있고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구로소방서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는 맹복임 씨는 “어린아이들일수록 안전교육이 중요한데, 이런 좋은 행사가 열렸다.”며 활짝 웃었다.

비상탈출로 교육을 받는 아이가 한걸음씩 조심스럽게 사다리를 건너고 있다.
비상탈출로 교육을 받는 아이가 한걸음씩 조심스럽게 사다리를 건너고 있다.

 

비상탈출로 교육 프로그램을 돕고 있는 맹 씨는 사다리를 엉금엉금 건너오는 아이들이 겁을 먹지 않도록 독려했다. 사다리를 건너온 아이들을 품에 앉아주며 잘했다고 토닥여주는 맹 씨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교육 프로그램 사이에 솜사탕이나 팝콘을 제공하거나 풍선인형을 만들어주는 부스도 있어 아이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으며, 입과 코도 즐거운 오감만족 행사라는 평가였다.

이번 행사는 놀이와 교육이 결함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 만족도가 높았다.
이번 행사는 놀이와 교육이 결함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 만족도가 높았다.

손자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정성호(안양시 만안구) 씨는 “윗집에 사는 소방관 이웃을 통해 행사를 알게 됐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행사”라며 정 씨는 소화기 사용법을 배우고 있는 손자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인도에서 온 Dhaka 씨는 “국회의사당 가는 길에 우연히 공원을 지나가다 행사를 보게 됐다.”며 “아이들이 즐겁게 안전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방문이 처음이라는 Dhaka씨는 “매우 인상 깊은 행사”라고 덧붙였다.

지진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아이들이 지진 체험 기구에서 행동요령을 실천하고 있다.
지진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아이들이 지진 체험 기구에서 행동요령을 실천하고 있다.

얼마 전 일본 등지에서 지진이 발생했고, 더 이상 한반도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인지 지진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아이들은 지진의 발생원리와 행동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고, 실제 지진이 난 상황을 재현한 체험 기구를 탔다. 흔들리는 기구 속에서 아이들은 교육받은 대로 책상 밑에 들어가 방석으로 머리를 가렸다.

 

지진체험 프로그램에 아이를 참가시킨 학부모 신영선 씨(서울시 영등포구)는 “지금은 놀이처럼 배우지만, 나중에 필요한 때가 되면 배운 내용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직장인이 음주운전 상태를 체험하게 하는 안경을 쓰고 공을 던지고 있다. 안경을 쓴 그가 던진 공은 과녁 안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한 직장인이 음주운전 상태를 체험하게 하는 안경을 쓰고 공을 던지고 있다. 그가 던진 공은 과녁 안을 맞추지도 못했다.

어른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었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아빠, 음주운전은 안돼요!’라는 제목으로 음주운전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과녁에 쉽게 공을 맞추던 아버지들은 음주운전 상태를 만들어주는 안경을 쓰고는 공을 하나도 맞추지 못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들른 직장인들의 반응이 좋았다.

 

아이들은 레고를 조립하며 도시안전에 대해 배우고, 트램펄린에서 뛰면서 안전노래를 불렀다. 프로그램들이 모두 직접 체험을 할 수 있는 형식이고, 놀이를 통해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아이들은 즐겁게 놀면서 안전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서울 안전체험 한마당’을 통해 아이들은 놀면서 안전을 배울 수 있었다.
‘서울 안전체험 한마당’을 통해 아이들은 놀면서 안전을 배울 수 있었다.

‘불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119!에 전화해요.’라고만 소리치던 아이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들은 뒤에는 신고요령과 소화기사용, 대피방법들에 대해 자세하게 대답했다. 학부모 한 명이 “이제 무슨 일이 나면 너만 믿으면 되겠다.”며 아이를 대견하게 바라봤다.

 

계속해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고들로 인해 안전은 우리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사고가 발생한 직후에는 너나없이 안전에 관심을 갖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관심은 사그라들고 만다.

지금 우리사회에 필요한 건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반짝 관심이 아니라 안전에 대한 지속적이고 꾸준한 관심이다. ‘서울 안전체험 한마당’은 놀면서 배우는 안전교육을 통해 안전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서울 안전체험 한마당’을 통해 생활 속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이 키워졌기를 바란다. 교육을 받는 아이들을 보며 “이런 프로그램들이 각종 위험에서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리던 소방관의 간절함처럼.

정책기자 이밝음(대학생) lpu5301@naver.com

출처 : 사랑을 전달하는 천사들의 집~!
글쓴이 : 호박조우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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