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 청춘예찬

[스크랩] 한국전쟁, 피난민들의 만남의 장소 : 부산 40계단을 가다

조우옥 2013. 10. 7. 05:26

 

 

 

한국 근대사의 상징, 피난민들의 애환이 서린 40계단 테마거리

이날의 피곤은 아직도 가시질 않는 듯하다. 전날 밤 6시간의 이동 끝에 부산에 도착한 후유증이 온 몸에 그대로 전해지며 해운대의 시원한 바람과 함께 흐리디 흐린 아침을 맞이했다. 가을 여행의 첫 걸음이였던 이 날, 몸살 기운이 뼛속까지 냉기를 불어넣었지만, 늦게 나마 숙소를 떠나야 했다. 그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찾아간 곳은 피난민들의 만남의 장소, 부산 40계단 테마거리였다.

 

전날 밤 해운대역에서 하차, 해운대 근처에서 숙박을 했기때문에 경제, 교통 관광의 중심지 부산 중구를 찾아 30여 분 이상을 이동했다. 이 날 늦은 출발 때문이었는지 한 곳의 관광지라도 더보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곤 했다. 아마 누군가에 눈에는 바쁜 샐러리맨으로 보였을 지도 모르겠다. 시간에 쫓긴 심심한 관광객일 뿐인데?

 

 

 

 

 

 

40계단은 부산 지하철 1호선 중앙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1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40계단 거리에 갈 수 있지만 지하철 출구 안내 표지판에는 13번 출구로 적혀있었다. 13번 출구로 나온 나는 '4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라는 안내 말에 으쓱해졌지만 중간중간 설치된 조형물, 테마거리라는 푯말과는 달리 이 길의 끝에는 괴이한 건물만이 서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이 부근에 거주하던 피난민, 부두노동자들의 애환을 기리기 위해 국민은행 중앙동지점부터 40계단이 있는 곳까지 '40계단문화관광테마거리'로 조성하게 되었다.

 

 

 

 

 

중구의 부두지역(중앙동)과 동광동 고지대를 연결해주던 '소라계단'. 이 지역의 명물로 꼽힌다. 특히 바로 향할 수 있었던 11번 출구보다 13번 출구로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한 이유는 40계단에 대한 사전조사를 할 수 있어서였다. 실은 나는 원래 사전조사를 하지 않고 다닌다. 이 날 부산 조차도 사전조사를 하지 않았다. 평소 관광지에 대한 이름만 파악해놓았을 뿐, 교통편이나 사연 등은 듣지 않고 무작정 다닌다.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40계단이라는 이름만 보고 쫓던 나는 우연찮게 소라계단과 마주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사전조사를 하지 않았기에 40계단에 담겨있던 사연과 심지어는 생김새 조차도 알지 못했고  더군다나 40계단의 경우 역사적 가치가 큰 곳이지만 관광지로써의 부족한 면이 많아보였다. 40계단에 대해 실망은 하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게는 따분한 볼 거리가 될 수 있기에 충분했다. 그렇기때문에 그 어떤 관광지와 같이 사연을 알고 가야만 했다. 40계단에 대한 적절한 사전 지식이 필요했다.

 

 

 

 

 

둥글게 이어진 소라계단을 올라서니 동광동 주민센터가 보였다. 대청동과 중앙동 사이에 자리한 동광동은 소라계단, 40계단의 경계의 중앙동과 판이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상당히 번화한 중앙동과는 달리 동광동은 달동네의 느낌이 강하게 풍겨온 곳이였다. 동광동 주민센터 꼭대기에 보여진 40계단 문화관이라는 간판에 동광동 주민센터로 들어가볼 수 있었다.

 

 

 

 

 

 동광동 주민센터의 3층 ~ 6층은 '40계단 문화관'으로 지역민들의 문화 체험공간인 3층, 4층 '중구 문화의 집'을 비롯해 '40계단기념관'인 5층 기념전시실, 6층 특별전시실로 이루어졌고 2003년, 한국전쟁의 역사를 되돌아보자는 취지로 개관하였다. 40계단 문화관은 40계단의 유래와 당시의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일상속에서 편안히 찾아와 휴식과 문화체험을 향유하고 삶의 활력과 창의력을 키워준다. 중장년층에는 아련한 추억을 전하고 청소년에게는 역사의 산교육장이 되어가고 있다.

 

 

 

 

 

5층 기념전시실은 한국전쟁 당시 40계단을 중심으로 살았던 피난민들의 힘겨웠던 생활상을 담은 사진과 생활용품 등과 중구연표, 오! 부산, 피난시절의 상징 40계단 등이 전시되어있으며 6층 특별전시실에는 15세기 이후 부산 중구를 중심으로 한 초량왜관, 1900년대 부산 영화관의 발자취 및 1950년대를 테마로한 다양한 전시가 마련되어있다.

 

5층 기념전시실에 들어가자 50~60년대에나 흐를법한 음악이 나의 귀를 울렸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항구에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몰려든 피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특히 많은 피난민들 중 고향을 등지고 남하한 이북동포들이 많기도 많았는데, 낮에는 영도다리를 바라보며 피난살이의 고달픔을, 밤에는 부산항 북항에 정박한 숱한 배들을 내려다보며 향수를 달랬다고 전한다. 이때 사람들은 당시 현실을 반영하는 대중가요와 함께 했는데 박재홍의 '경상도아가씨'(손로원 작사, 이재호 작곡, 박재홍 노래), 바로 5층 특별전시실에 울리던 내가 들은 음악이였다.

 

 

경상도 아가씨

사십계단 층층대에 앉아 우는 나그네

울지말고 속시원히 말 좀 하세요

피난살이 처량스레 동정하는 판자집에

경상도 아가씨가 애처러워 묻는구나

그래도 대답없이 슬피우는

이북고향 언제가려나

 

고향길이 틀때까지 국제시장 거리에

담배장수 하더라도 살아보세요

정이 들면 부산항도 내가 살던

정든 산천 경상도 아가씨가 두 손목을 잡는구나

그래도 눈물만이 흘러젖는

이북고향 언제가려나

 

 

 

 

 

 

6층은 특별전시실로 1407년도 부산포 왜관시대부터 1876년 개항시까지의 왜관 변천사 및 초량왜관 등이 전시되어있고 1950년대 어려운 시절의 생활상을 닥종이 인형으로 재현하여 지난 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될 것이다. 또한 40계단 기념관 자체가 그 먼 옛날 부산이 그러했듯 누구나 손쉽게 방문하여 휴식을 누릴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동광동 주민센터에서 나와 100m가량을 이동하면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의 만남의 장소였던 40계단을 만나볼 수 있다. 부산의 명물로 손꼽히는 이곳 40계단은 처음 방문해본 것과는 달리 조금 익숙한 곳이였는데,  런닝맨 부산바캉스편에서 신발던지기 게임을 했던 장소이자 바로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오프닝 배경이였다. 역사의 산물은 먼 훗날, 명소가 되어 자연스럽게 변화했다. 아마 40계단 또한 현재의 모습이 본래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 런닝맨 부산바캉스편

 

 

 

 

 

특별히 관광지로써는 부족한 모습이 있지만 위에서 강조했듯 사연을 알고 가볍게 가볼만한 곳으로 방문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인근(중구)에는 다른 명소들도 수 없이 많으니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교통편 또한 나쁘지 않으니 말이다.

 

40계단을 두고 가게들이 밀집되어있는 모습이 흥미롭다. 계단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주변 가게들을 유심히 바라본다면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다. 어쩌면 이 계단에 대한 심각한 매력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40계단 외곽에 홀로, 혹은 둘이 앉아 있는 모습이야 말로 아름다움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에 담고 싶은 나 혼자만의 욕심일까? 아! 제발 오글거리는 그 놀이는 삼가해주길..

 

 

 

 

 

4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는 한국전쟁 당시 생활상을 테마로 하여 대화재전의 옛 부산역을 주제로 한 기찻길과 피난민을 실어 나르던 부산항을 주제로 한 바닷길 등으로 조성되었다. 또한 희망한 내일을 향한 등불을 형상화 시킨 '평화의 문'을 비롯, 각종 조형물과 철도레일, 40계단 및 건널목 광장이 위치해있고 바닷길에는 선착장 광장, 힘든 노동에 지쳐 편안히 휴식을 갖는 '아버지의 휴식' 등의 조형물과 위에서 언급한 소라계단 등이 위치하여 옛 추억을 회상하고 과거와 현재가 함께 어우러지도록 꾸며낸 모습이였다.

 

 

 

 

 

 

나와 같은 관광객과는 달리 중앙동과 고지대에 위치한 동광동을 잇는 계단로써 지역민들에게는 별 감흥이 없어보였다. 어쩌면 익숙한 40계단이 주민들의 삶을 그대로 반영하여 현재까지 전해진 것이 아닐까? 그 먼 옛날 피난민들의 만남의 장소로써 사용되었던 과거가 변화하여 또 다른 쓰임새로 지역민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온 것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우리 근대문화의 소중한 유산을 잘 보존하여 우리의 아픈 과거를 잊지않는 숭고한 명소로써 널리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취재 : 청춘예찬 주형빈 대학생기자>

 

출처 : 사랑을 전달하는 천사들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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